2박 3일의 쉼은, 몇 년만에 마음의 휴식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제 1 일-
중부 고속도로를 거쳐 영동고속도로를 2 시간 여 달리다,. 횡성 I.C.로 들어섰다.
그곳은 유명한 <한우 산지> 이다 보니, 모처럼의 나들이에 그 유명한 곳을 '그냥 넘길 수가 없지 않겠나!'...해서다.
'모범 음식점'이란 팻말이 붙은 '황토 고깃집'에 들어가, "점심 식사 됩니까?" 하니, 마침 성경 책을 읽고 있던 여주인이 반색을 한다.
"왜, 이렇게 손님이 없냐?"고 물으니, "여기는 좀 있다, 스키 철이 되어야 붐벼요" 라고 한다.
1인분에 \25,000-이나 하는 순수 한우 등심과 그곳 토속 된장으로 조리 된 된장찌개를 곁들여 아주 기분좋은 점심을 하였다.
평소에도 많이 먹는 편이지만, .....너무 신선한 한우 등심에 곁들인 된장찌개는 혼자 밥 두 그릇을 먹어치우는데,
불과 30여분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은 것같다.
정확하게 200g을 달아 내놓은 한우 등심은 최근 서울에선 맛 보지 못한 것 이었기에..............
다시 횡성 I.C.로 나와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동해와 속초를 가르는 삼거리 고속화 도로에서
속초로 방향을 잡았다.
이젠 완전한 해변 도로를 가는 것이었다.
'낙산사'란 팻말을 지나 양양군 정암리 해변가에 세워진 'Sun Rise Ville' 에 도착한 것이 오후 3시 30분경.
등산 차림의 여장을 내려 놓고, 약간의 스트레칭으로 길지 않은 여정의 몸을 풀고 얼마간의 휴식을 가졌다.
이제, 2박3일의 본격적인 휴식이 시작 되는 것이다.
골치 아픈 도회지를 벗어난 것 만으로도 성공적인 휴식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다시 차를 몰고 속초 시내로 갔다.
꽤나 알려져 있는 속초의 중앙시장을 들러보기 위해서,.........
시장 안은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해산물의 총 집합소 같은 느낌이 살짝 든다.
펄펄 뛰는 물고기들과 온갖 젓갈류, 그리고 한 쪽 켠에는 오징어 산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마른 오징어와 함께 건어물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것 저것들을 눈 여겨 보고, 또 물어 보고 하면서, ,....
거의 다 생선 가게의 맨 앞에는 이름도 알 수 없는 못 생긴 물고기가 커다란 쟁반 위에서 자기를 가져갈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들이, .. '참,......그렇구나......'하는 어떤 생각을 갖게도 하였다.
양양으로 다시 나와, '물치회 쎈타'에 갔다.
이왕이면 2 층 구석-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으려 하였으나, 막상 2 층에 올라서니, '자리를 잘 잡는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음을 알곤,
'철이네'라고 표시된 칸막이 횟집에 자리하였다.
30cm가 족히 되는 '돔 한 마리'와 '우럭 한 마리', '오징어 한 마리' 그리고 '멍게'라고 일컫는 '우렁쉥이'를 덤으로 하는 회를 주문했다.
살아서 펄떡이는 싱싱한 활어 3종류를 \20,000-에 먹는 것이었다.
다만, 가락동 시장과 같이, 초장, 상추, 마늘,풋고추 등은 각 \1,000-씩 따로 계산 되는 것이 좀... 그랬다.
둘이서 곁들인 소주가 4 병, 후에, 매운탕과 밥 두 공기.......모두ㅡㅡ\43,000-
아마 서울에서 이렇게 먹을라 치면, 족히 \100,000-원은 훨씬 넘을 것 같다.
둘이서 먹고도 남았으니........
그곳에도 '돌쇠'라는 대리 운전 쎈타가 있어, 마음 놓고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었다.
다음은 그 회 쎈타에서 멀지 않은 곳의 노래방으로 갔다. -- '맨하탄 노래방'이란 간판이 우리를 맞아준다.
\10,000-에 50분 !
레퍼토리가 뻔한 노래를 50분간 불러대니, 취기는 '싹' 가셨고, 또 더 부를 레파토리가 없어
숙소로 갔다.
대리운전 온 젊은 총각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라는데,
매니져한테 10,000-을 넣고 자기는 5,000-을 가진단다.
'그래서 매니져는 돈을 버나보다..........'하는 생각을 갖게도 한다. 순간적으로,........
숙소에 와선....... 못 다한 이야기.......하기사, 시작도 끝도 없는 둘의 이야기이지만,......
첫날의 시간은 어울리지 않게 설레이는 나들이의 마음으로 마감을 하였다.
그동안 겹겹히 쌓여 나를 묻어 놓았던 환경들을 몽땅 씻어 버리는 것 같은 밤의 평온이었다.
-제 2 일-
몇 년 간의 피로를 한 번에 풀어 버린 것 같은 기분으로 눈을 뜬 것이 아침 8시가 훨씬 넘어서다.
"형님, 잘 주무셨어요?"하는 '지극 정성인 동서'의 아침인사로 시작 된 둘째 날은,
밤새 잠긴 실내 공기의 환기 겸 활짝 열어제낀 베란다 창문으로 몰려오는 바닷바람의 신선함과 찝찔음한 것 같은 내음은
멀지 않은 바다에 떠있는 어선들에서 불어 넣어주는 것 같은 좋은 기분을 느끼며 시작되었다.
바닥을 뜨겁게 달구어 준 보이라 덕분에 피로로 뭉쳐있던 근육이 흐물흐물할 정도로 변했고, 덩달아 마음도 흐물흐물 해 져 버린 것 같다.
축 늘어진 마음과 몸을 추스려, 설악산 등반 준비를 하곤. 속초 시내로 갔다.
아침 9시에 방영되는 MBC 의 아침 드라마 - 빙점 - 을 보면서 ,
속초 시내에 자리한 '전주 해장국'집에서, 선지 해장국으로 조반을 때우곤,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갔다.
60 평생에 처음 가보는 설악산이다.
남서해안 지대엔 자주 갔지만, 동해 쪽- 강원도에는 꼭 두 번째 여정이다.
14년 전에 전 가족 나들이가 있었지만, 그때는 휴식이 아니고, '봉사'였다 보니, 오늘과 같은 '기분이나 쉼'은 갖지를 못했었다.
설악동에 도착해, 관광호텔 앞에 주차를 해 놓고,
'흔들바위'를 향해서 등산을 시작했다.
'신흥사 통일대불'앞에서 사진을 찍고,또 저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 주위를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사진기의 셧다를 눌러대곤
천천히 3 Km의 등산 길을 걷기 시작했다.
신흥사 경내를 가로 질러, 돌들과 작은 바위들로 점철되어있는 등산길은 조금도 힘들지 않은 '그냥 산책 코스보다 약간 높구나' 하는
정도의 감을 갖게한다.
그동안 친구들 덕분에 가끔 다녀온 관악산이나 청계산에 비해 과히 뭐 특별할 것 없는 등산 길이었다.
다만, 아니, 이것이 우리 같은 사람을 끌어 당기는 것이겠지만,.......- 주위를 둘러싼 설악산의 엄청나게 아름다운 모습과
기묘하게 솟은 봉우리들과 때묻지 않은 신선한 산악의 공기는 숨을 들이 킬때 마다, 또 다른 시원함과 함께 이곳 특유의 멋과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
흔들바위에서는 둘이서 손을 모으고, 기를 모아 바위를 '밀었다, 놓았다....'세번을 하니,
드디어 바위가 흔들 거린다.
좀 더 세게 밀면 떨어질 것 같은 기분,....그러나 '그럴 염려는 조금도 없다'는 그곳 매점의 젊은 주인이 이것 저것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곳에서 808 계단을 오르면, 울산바위란다.
그냥 등산이 아니고, 808 계단을 걷는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마치 군대에서 기압 받을 때 했던 토끼 뜀을 뛰는 것 같은 생각에 '여기 끼지 와서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을 할게 뭐냐?'는 이구동성의 합의로,
천천히 하산을 하였다.
왕복 6Km의 등산을 마치고 나니, 12시 30분,
'이왕이면 좋은 점심을 먹자'는 의견의 일치로, 우리는 차를 몰아.
멀리 떨어져 있는 주문진까지 갔다.
무려 1시간 30분여를 달려서,.........
주문진 항 입구에 자리한 '주문진'이란 횟집에서,
서울이나 다른 곳에선 맛 볼 수 없는 '오징어 물회'를 주문했다.
속초 앞 바다의 물을 끌어다 댄 수족관에서 싱싱하게 헤엄치고 있는 오징어를 잡아 바로 그곳에서 먹어야 맛을 알 수있는 '오징어 물회'는
이곳에서만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특이한 것이란다.
실제로, 쫄깃쫄깃하고 달짝지근 한 것도 같고, ... 얼음을 동동 뛰운 '오징어 회'를 한참 맛나게 시식을 한 후 거기에 뜨근한 밥 한 공기를 말아
'얌얌쩝쩝'하는 이 맛!,.... 속 된 말로 '정말 죽이는 맛' 이었다.
횟집의 넓다란 수족관 5 곳에서 펄떡이기도하고. 유유자적하기도 하는 여러종류의 물고기들을 한참동안 관찰하였다. 그런데,...
2Kg짜리 자연산 광어 한 마리가 \300,000- 이란다...
"어휴~~이런거 누가 먹으러 오나요?...." "그럼요, 이거 4명이 먹으면 딱 맞거든요."
"허긴,...나 같은 서민이야. 오징어 물회나 먹지...뭐......."...........자책의 생각도 잠깐,.
우리는 다시 20 여분 거리를 달려 경포대로 갔다.
걸어서 2 시간 걸린다는 경포대 - 물오리들이 여기저기 떼지어 노닐고 있는 호수를 차로 '빙' 둘러보곤, 바닷가로 갔다.
지금은 지나버린 계절이다 보니 띄엄띄엄 있는, 사람들의 바닷가를 거니는 모습이 여러가지로 추측이 되기도 한다.
'애틋한 사연을 가진 연인들..........?'
'동성의 친구들과의 한산한 여유로움..........?'
'나와 같은, 도회지를 벗어나고픈 사람들............?'
............................
............................
............................
우리도 강릉 해변의 모래밭을 천천히 걸으면서 모래 위를 보니, 물새들의 발자국이 여러 군데 찍혀있다. 갈매기의 발자국인듯 하다.
'사람이 없을 때는 자기들만의 모래밭이겠지........!'
발자국은 기다란 U자도 있고. 또 어떤 것은 길쭉한 8 자를 그려 놓기도 하였다.
아마 멋대로의 걸음걸이 형태인데, 우리는 그것에 억지로 우리가 아는... 글자나 기호를 갖다 붙이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저 놈들 같이 한 번 멋대로 걸어 볼까 ?.............'
마음 뿐,......용납될 수 없는 생각과 함께 주어져 버린 삶 속에의 한 가닥 소망이 떠오르기도 한다.
경포대를 떠나 다시 Sun Rise Ville에 온것이 오후 5시.
우리는 뜨끈한 물로 샤워를 하곤,
잠시 환담과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곤 속초 시내에 봐둔 'E - 마트'로 갔다.
저녁밥을 매식할 것인지? 마트에서 사다가 요리를 해 먹을 것인지?
일단 'E -마트'에 가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아마, 그곳에 갈 때부터 이미 60~70%는 마음의 결정을 한 것이 아닐까.....?
'E-마트'에 일단 들어 가면 온갖 것들이 유혹하는데. '어찌 매식을 강행 할 수 있겠냐 ? ' 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를 샀다.
우선, 밥은 하기 싫으니까. 햇반 종류로 6 개,
그리고 부대찌개 셋트, 장어 구이 셋트, 광어 회 한 접시, 그리고 반주용 산사춘 한 셋트(6병),
내일 아침 용 '섬진강 재첩국' 2셋트,
김치는 서울 떠날때 가져온 것이 있기에, 일단은 이 만큼 만 구입하여 숙소에 왔다.
늙은 아저씨(?) 둘이서 하는 요리(끓이고 데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는, 집에서 먹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특별한 맛과 정취를 안겨 주었다.
먹은 것들을 잘 정리하고 설겆이 까지하고 나니 밤 9시 뉴스가 진행 중이다.
울화를 치밀게하는 시사, 정치, 경제 뉴스를 보기는 싫지만, 안 볼 수도 없고,..........'매일 매 시간 신나는 스포츠나 보면.......?'하는 이야기도 하면서,...
둘 이는 또 다시 시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하다, 집으로 전화를 하였다.
"별 일 없냐? 우리는 신난다. ......내일 오후에 천천히 갈께,....너무 좋다. 요담에 기회 만들어 함께 오자.....!" .........................
...........................................................................................................
..........................................................................................................
노곤해 진 몸을 뜨끈한 자리에 눕히니 눈꺼풀이 천근이 되어 짓누른다.
'아~~~ 좋구나.. 가끔 이런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내일은 또 오겠지.....
음~~`......'
-제 3 일-
어제 일찍 잠든 탓인지 아침 6시가 되니 눈이 말똥거려진다.
아직 창 밖은 어두운데, 베란다의 커튼을 제끼니, 앞 바다에서 고기 잡는 수십 척의 어선들이 불빛을 훤히 비추고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어제, 그제 먹은 물고기들이 저 배들이 갖다 준 것이겠지.?'
'...................' '......................' '.............................'
몇가지 상념이 머리를 잠시 지나간다. 그저 매일 생각하던 그 습관같은, 관습(?)대로,.......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는 동서가 깰까봐 조심스레 아침에 행하는 일상생활의 시작을 행하곤,
볼륨을 거의 죽인 상태에서 TV를 켯다.
명랑하고 산뜻한 '아침 마당' 프로는 언제봐도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아. 형님 일찍 일어 나셨네요.' 하는 동서의 아침 인사와 함께 자리를 개고,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 했다.
어제 저녁에 해 놓은 빨래는 더운 실내이다 보니 벌써 잘 말라 있었고,...
'내가 조반을 준비할께....'하니, '예. 그러시겠어요?!' 하면서 동서는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어제 사온 '섬진강 재첩'을 데우고, 김치 두 종류를 예쁜 그릇에 담고, 남은 부대찌개를 데우고, 장어 반 마리를 뎊히고 하니, 훌륭한 아침 식단이 된다.
'찹쌀밥'으로 표기된 햇반 두 개를 3분에 맞춰 놓으니 전자렌지에서 조리를 해주고, ................참 ,...최근에 먹은 아침 밥 치곤 너무 훌륭한 조반이었다.
3 일 간에 나온 쓰레기를 분류하여 버리고 다시한번 숙소의 구석구석을 점검한 후,
우리는 일로 서울로 향하였다.
올 때와는 달리 한계령을 넘기로 하였다.
가는 도중에 있는 '오색 약수터'는 당연히 들리는 곳이고,...
모든 것에 친절한 동서는, 여기서도 배려를 마다않는다.
해발 650m - '오색 약수터' 곁에 자리한 '오색 그린 야드 호텔'에 차를 대더니. 여기에서 목욕을 하고 가잔다.
지하 2 층에 자리한 사우나는, 국내 유일한 탄산온천탕이 있는 곳,
------샤워 - 알카리성 오색 온천탕 - 약간은 차거운 천연 탄산수 온천탕 - 건(습)식 사우나 - 샤워 - 탄산 온천탕 - 샤워...........이런 순서로 번갈아 가며, 3회 정도를 하고 나니. 1 시간이 조금 넘는다.
(해발 650m에 위치한 호텔에서 생활용수를 얻기 위해 암반을 심정굴착하던중 지하 450m에서 솟아나는 탄산수를 발견하여 보건당국의 검증을 거쳐 일반인에게 공급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설명문을 보면서, 뜨거운 알카리성 온천탕을 거친 후 탄산수온천탕에 들어가면 잠시 후 온 몸에 사이다 거품같은 것이 생겨나면서, 연한 피부 곳곳에는 약간씩 화끈 거리는 기분좋은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디있냐?'고,...
그리고 "다음주 초에 점심 약속 하자"고,.. '그러자"고 하고 전화를 주머니에 넣으려는데 또 전화가 온다.
강원도에 온 것을 아는 친구 한테서다.
"아직 서울에 안 왔냐?" 고,
"응, 지금 막 오색 온천에서 사우나 하고 나왔는데. 왜? 무슨 일 있니?"하니.,
너무 부럽단다. .............허기야,.....안 부러울 수가 없겠지....
"누가 나 처럼 좋은 동서 갖지 말랬냐?.... "
"아직도 코스가 좀 남았기에 서울에는 오후 4~5시경에 갈거다"
동서 자랑을 하니, "약 올리지 말란"다.
"허기야, 그게 쉽냐?.... 어디 그게 맘대로 되는 거냐 ?"
<나에게는 동서가 밑으로 넷이 있다.
내가 첫째이니, 우리 장인 어른은 모두 5명의 사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제일 변변치 못한 맏이가 '나'이고,
넷째는 SanFransico에, 나머지 셋은 모두 서울에 있는데,...
모두가 다 이 못난 형님 한테 지극 정성으로 대해주니, 어떤 집안에서도 우리와 같은 동서들은 없다고 항상 자부하고 있는 터이다.(오늘에서야 밝히는 것이지만,..)
서로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우리 동서들은 서로서로를 위하면서, 좋은 것이 있으면 서로 알려주고 나눠갖고 하는 친숙한 사이다.
어느 집안의 형제나, 친구들도 우리들의 우의를 넘지는 못하리라 생각이 되기도 한다.
지난 환갑 생일때도 동서들과 처제들이 챙겨주었으니, ....말이다.
2박3일의 여정을 계획한것도,...... 모든 경비와 스케쥴과 안내도 바로 밑의 동서가 친히 챙겨 준 것이었다. 같이 늙어 가면서도,.........
언제나와 같이 이번에도 자기의 의견은 하나도 내세우지 않고 ,
그저"형님은 어떠세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하면서. 못난 형님을 150% 배려하는 여행이었다.>
목욕을 마친 후 천천히 걸어서 '오색 약수터'로 갔다.
"아~! 이게 뭐야.....참 내,..."
"아 글쎄 약수가 매말라 버린 것이었다.
약수는 한 방울도 나올 생각을 하지않고 바싹 말라 있었다..
......................"아! 모처럼,,,왔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린 한계령 정상에 올랐다.
하늘의 축복을 받은 양, 2박3일의 일기는 그야말로 쾌청하였고, 바람도 거의 없는 여정이었는데,
해발, 920m의 한계령 정상에 오니. 사방에서 불어오는 이슬머금은 바람은 귓밥을 시리게 하기도 하고, 또 몸을 조금은 흔들리게도 한다.
휴계실에서 뜨거운 인삼차 한 잔을 주문하여 마신 후, 산아래 계곡을 잠시 내려다 본 후,
이런 곳 까지 아스팔트가 놓여있고, 또 사람들이 언제나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가 된것에 약간의 감탄사를 남기고, 다시 서울로 ,....
오후 1시가 지나가니, 배가 조금 고파온다.
아주 오래된,...그러니까 ...중학 2학년 때 생물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배때기"란,...............'배곺은 때를 알리는 기계'라고 우스개로 말씀 하셨던 말,
'배때기'가 자꾸 음식점 간판을 쳐다보게 하였지만,
우리는 일로,............홍천을 거쳐 양평으로 내달아 왔다.
..........이름 난 곳이 여기에도 또 하나 있으니까............
이름하여, 양평군 옥천면에 자리한 '옥천 냉면' 집이다.
옥천에 오면, 옥천 냉면집 간판이 여러군데 보인다.
국도변에도 있고,......하지만, '그게 아니란'다.조금씩 맛이 틀리는데,.
진짜 원조는 국도에서 500 m안으로 들어가면 있다.
30년 전통 옥천냉면을 바로 지나, '40년 전통 옥천 냉면집'이 원조란다.
그곳의 특징은, <동그랑 땡 + 냉면>인데,.
9천원하는 동그랑땡 8 개를 둘이서 먹기엔 너무 양이 많은 것 같았다.
거기에, 한 참을 달려온 열기를 시원한 냉면 육수로 달래고 보니, ......이게 원 참, ...다시 back.하여 온 길을 돌아 다시 강원도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형님, 우리 다시 갈까요......?"하는 동서의 웃음을 받아, "차 키 이리줘, 이제부턴 내가 길도 알고 하니, ,,,,피곤 할터이니 눈 좀 부쳐..."하곤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어제 강릉에서 숙소로 갈때와 오늘 마지막 코스를 빼곤 동서가 쭉 운전을 했다.
무척 피곤할 터인데도 일체 군말 없는 지극 정성인 동서의 배려는 내가 여러번 배우려 해도 잘 되지 않는, ....아마도 '타고난 성품 탓'이려니 한다.
팔당대교를 거쳐, 길동사거리, 수서 I.C.를 거쳐 집에오니 3시 40분.
한 참 벌려놓고 김장 마무리를 하고 있는 마누라님과 따님이 히죽거리며, "좋았어요?" 한다.
.......................................................
집 떠났던 게 좋았던 건지.....?
김장하는데 자리 비워줘서 좋았던 건지,.......?
동서의 배려를 흠뻑 받아 좋았던 건지............?
카페 걱정을 안 하였던 게 좋았던 건지..............?
신선한 공기와 싱싱한 먹을거리들이 좋았던 건지..........?
.............................................................................................
어제까진 분명히 알았었는데,..........
몇 시간 만에,........... 다시 돌아온 원래의 삶이
2박3일의 신선하였던 시간들을 점점 멀리 내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세계는 참 아름답고, 내 마음 속에 메아리 치고 있지만,
그 속에 머물고 있는 나의 시간들은 무언가를 찾아 또 다시 곰지락 거려야 겠다
그 무언가가,...........
그 무언가가...............
'좋은세상'이기를 바라면서,--------
2004. 11. 21. 18 :00 ㅎ.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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