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병상 일기

8/27 ~ 8/31 - 11th Cycle 치료 완료 ...겨울용 농사 시작

촹식 2012. 9. 4. 06:54

 

8/27 ;

 

내일부터 태풍 ‘볼라겐’의 직접 영향을 받는다고,..

미리 앞당겨 사우나와 원적외선을 쐬고 왔다.

내일은 이사 와서 처음 맞는 태풍인데. 집에 있으면서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해서,..

오래 된 이 집이 잘 견뎌주면 좋겠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곳까지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의 보살핌을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불안 하거든,..앞 처마에 대충 쳐놓은 썬라이트 지붕이 날아가면 어쩌나

뒤 언덕이 허물어지면?......,...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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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

 

태풍 ‘볼라겐’이 서서히 오고, 오후 3시에 지나간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심하지 않은 것 같았다.

늦은 저녁부터 진짜 태풍이 시작이다.

와! 대단하다.

하지만 우리 집이 있는 동네를 빙 둘러쳐져있는 작은 산이 세찬 바람을 한번 걸러 준다.

덕분에 뉴스에 나오는 많은 국민들의 피해와는 전혀 다른 태풍의 비껴감을 알겠다.

다행이다,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우리 집은 아무런 피해가 없다.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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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 ;

 

윗집에서 집 앞 도로를 사유지라며 통행금지 시키겠다고 고발한 고소건의 변론 재판이 있는 날이다.

지난 5월엔 진술서로 대신하였지만, 오늘은 시간이 되기에 법정에 가봤다.

난생 처음 법정에  들어가 피고석에 앉아 봤다.

30석이 넘는 고양지원 민사 법정 404호,

판사가 상석 중앙에 앉아 있고, 그 아래에 두 명의 서기인지....앉아 있고,

커다란 탁자, 그 앞에 회전의자가 4개,

앞을 향하여 왼쪽은 원고 측, 오른 쪽은 피고 측,.. 각각 의자가 2 개씩 이다.

순서가 되어 집주인과 함께 피고석에 앉았고,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원고 측은 변호사 혼자 앉았다.

판사가 출석 여부를 Check하곤, 그냥 끝이다.

“다음달, 9월26일 오전 10시에 선고 공판할 테니,.. 그때는 안 오셔도 됩니다.’” 라는 말뿐이다.

나는 “재판관님! 한 말씀 드리고 가도 됩니까?” 하고, 말 할 기회를 얻었다.

   ----‘난생 처음 출두한 법정인데, 그냥 가면 되겠나?’....ㅎㅎ---

 

“바쁘신데 짧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건은 파주시 도로 대장에 명기되어 있는 엄연한 도로입니다.

원고 측 어머니 말씀도 370년 동안 사용되고 있는 관습 도로랍니다.

지금 일본 놈들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하고 있는데.

1954년 10월18일 당시 외무장관 이셨던 변영태 전 장관께서 말씀 하신 게 있습니다.

“독도는 분쟁 지역이 아니다. 역사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본건 또한, 지금 말씀 드린 기사와 같이,

지난 역사의 맥락에서 해결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 됩니다.

현명하신 재판관님의 현명하신 판단을 기대하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더듬거리지 않고 이야기 한 다음 목도를 하고 법정을 나왔다.

 

그런데, 집 주인 친구,,,‘이건 황당한 - 무개념의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법정을 나와 소파에 앉아 집 주인에게 한 말씀 점잖지 않게 해댔다.

“어이, 왜 내가 피고가 되어야 하니?. 넌 왜 이 늙은 선배를 이렇게 힘들게 하니?

여봐, 며칠 전 TV드라마 보았는데. ‘약속을 안 지키는 인간은 쓰레기’라고 하는 대사가 있더라.

너, 쓰레기통에 들어갈래?“

이 친구 ,...덤덤하다. 무감각의 삶을 가지려나 보다. 진짜 한심한 측에 속하는 친구다..

허나 지금 와서 어쩌랴,..,안 와 봐도 되는 법정,..재판정을 구경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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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오는 길에 종묘상엘 들렸다.

배추 심는 시기인 ‘처서’도 지났고 하니 김장 배추를 심어야 할 것 같아서,

지난주에 밭도 갈고, 퇴비도 뿌려놓았고, 검은 비닐로 밭을 덮어 놓았으니.,,.

심기만 하면 된다. 태풍도 지나갔고,..

‘혹부리 병충해가 없는 품종’이라고 하는 배추 모종 70개를 샀다. \14,000-

집에 와서 '밭 옷'으로 갈아입고, 호미와 삽을 들고 밭으로 나갔다.

마눌님을 불러 함께,..

미리 준비해놓은 40 Cm 표시 막대기를 마눌님에게 주면서, 나 스스로 연구(ㅎㅎ)한 방법으로

‘이렇게 비닐을 뚫으라’고 하고, 나는 조심스레 배추 모종을 심었다.

처음 마눌님과 함께 한 배추 농사다. 마눌님,...오늘은 아주 좋아하며 즐겁게 일한다.

진짜 별녀다 ㅎㅎ.

이사 와서 6개월 동안 4Kg 이상 살이 빠지고 배도 들어갔었는데..

여름 내 다시 나온 배가 구부리려니 약간은 힘들기도 하고,...

하지만, 1 시간도 안 되어 완료 하였다.

해놓고 나니,.. ‘여전히 나는 빠른 사람이라....ㅎㅎ

아침 조반을 먹기 전, 청운무 60개와 알타리 무는 이미 씨를 잘 뿌려 놓았기에...

오늘 농사는 아주 잘 끝냈다.

    좋은 품종의 배추 70 포기.

    청운무 60 개

    알타리 무는 거의,...70 개이상...

심고, 물주는 것은 나의 몫이지만, 잘 자라는 것은 섭리이려니...

처음 심은 배추와 무에 대한 나의 고견(?)이다.

  

배추                                          우리집위의 초가을 하늘             알타리                                                                      

   

갓                                              비트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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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여의 학교 방학이 개학을 했다. 딸아이가 출근을 시작한다,

때문에 나 또한 주어져 있는 매일 매일의 일과에 전념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마눌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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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 ;

 

딸아이가 오랜만에 홍천에 다녀오는 날이다.

전철 3번 타고, 시외 버스타고, 그리고 홍천 동네 버스타고,,,.

왕복 200Km, 왕복 7시간 걸리는 코스다.

마눌님은 그런 딸이 애처롭게 여겨지고,, 나또한,

하지만, 누가 시집가지 말랬냐?..ㅎㅎ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나쁜 애비.!?!?!?

암튼, 아이들 잘 가르치고 잘 다녀왔다. 태풍의 영향을 피하여,..

 

태풍 ‘텐빈’의 영향,....그저 비만 좀 왔는데...그제 심은 겨울용 농작물에게는 고마움인 것 같다.

오늘도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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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 ;

 

11th Cycle 2 nd 치료 잘 받았다.

태풍의 후유증으로 교통난이 예상되어 일찍 집을 떠났는데...교통량에 문제가 없었다.

주어진 예전의 스케쥴과 같이 치료 잘 받았다.

별다른 치료 후유증이 없다.

아주 다행이다.

치료 중, 중식을 걸렀기에, Food court에서 충무 김밥을 사서 먹고 집으로 왔다.

오는 길에 E-mart에 들려 먹거리도 구입하고,..

집에 도착하여서도 마눌님은 과히 힘들어 하지 않고 집안일을 하고,

나는 밭에 나가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고,...

저녁 8시 30분 경,

다른 약속으로 조금 늦게 귀가하는 딸을 마중하여 함께 외식을 하였다.

고기,....돼지 갈비로,,,나는 피곤한 몸을 ‘처음처럼 반병’으로 다스리고,...

 

2012년의 2/3 가 지나가는 날,,,

나는,..... 우리 가족은 이렇게 잘 지냈다. 감사하면서,...

 

멈추지 않는 시간은  내일이라는 시간을 주고, 그 속에서 작지 않은 소망이 영글어지게 되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