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병상 일기

9/13 ~9/16 - 4일간의 일기

촹식 2012. 9. 17. 09:03

9/13 ;

비가 오기 시작했다.

겨울용 농작물에 그리 반가운 비는 아니다.

지금 부터는 비가 오고 나면, 조금씩 기온도 내려 갈 거고,..

또 태풍이 온다니...

무와 알타리 무가 뿌리를 깊숙이 내리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러니 비바람이 반가울리도 없고,

한동안 ‘툭, 툭’ 소리 내며 떨어지던 밤이 이젠 마무리하나보다.

거의 500 여개를 떨어트려 놓고 마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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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용고14회-50 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시기의 동기회장 선거를 위한 이사회라지...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누구일까?

꼼수를 부리는 친구도,..자기만을 내세우는 친구도 아닌,

전체를 아우르고, 전체를 생각하는 친구가 선출 되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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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이집트의 탁 선교사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피살되고, 이집트에도 커다란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

선교사님의 거주지도 엉망이 되었고,,,,인터넷도 Stop되어 있다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나의 마눌님 병이 걱정되어 전화를 주시고, 기도를 해 주셨다.

좀 전에 막 집에 온 딸과도 통화하고,..

또 한 번 큰 은혜를 입었다.

내일은 마눌님 12th Cycle 치료 받으러 일찍 떠나야 한다.

빗길일터인데...조심해서 다녀와야겠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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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 ;

12 th Cycle 1 st 치료 잘 받았다.

가는 길, 오는 길, 다 좋았다. 비도 안 오고,..

다만,........ 진료 전 Check하는 혈압과 몸무게 측정이 있는데.

혈압이 너무 저조하다. 90/61......10분 후 다시 재었다. 97/66...

이것도 아니다. 20여 분 후에 다시 쟀다. 겨우 100을 넘었다. 101/66.

간호사 말로는 상위 혈압이 100 이하면 치료 받을 수 없다고,....

생각지도 않은 ‘일이 또 하나 생기려나?’ 하고 걱정하였다,

다행이 간신히 100은 넘었으니,,,진료를 받았다.

의사의 오늘 소견,,,,“너무 오랜 기간 치료를 받은 때문이겠는데.

백혈구 수치와 혈소판 수치가 좀 부족하다.“고,,,

이게 진료 당일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 지? 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나 보다.

한참 생각하더니, “그냥 오늘도 치료 들어가지요. 그리고 10일 후,,25일에 2차 시행하자.”고,...

오늘도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투약을 하였다.

지난번과는 2 가지 약의 량이 많이 조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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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의 문제로 투약 량을 조절한 것 같다.

 

마눌님의 가느다란 팔뚝에서 투약을 위한 혈관을 찾는 일이 치료실의 간호사들에게는 꽤나 힘든 일이 되어 있다.

채혈은 쉽게 되지만, 항암 약을 투여하기 위한 혈관은 쉽게 찾지를 못한다,

약물 투여시의 혈관은 어느 정도 곧게 되어 있어야 하는데 마눌님의 혈관은 아주 가늘고  곧은 혈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때문에 아주 가느다란 주사 바늘을 사용하여 투약하기 때문에 투약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다.

암튼 여러 가지 특이하다, '별녀'에서 '특녀'로 가고 있는 건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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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30분에 집을 나서, 치료가 다 끝나니 오후 3시 30분.

Lobby에 앉아 한 동안 몸을 추스르고 퇴근하는 딸을 기다려 함께 집으로 왔다.

그 심하던 후유증이 거의 없는 것 같아 무척 다행이다.

 

항암 치료 후엔 심한 구토로 많은 환자들이 며칠 씩 고통을 당하는 게 상례인데.

마눌님은 몇 번 잠간씩의 고통이 있었고, 요즈음은 거의 온전한 것 같다.

오늘도 약물 투여하느라 “너무 힘들었다며 고기를 먹겠다.”고,...ㅎㅎ 참 별녀 + 특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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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님 치료 중에 ‘변홍근’이가 전화를 주었다.

마눌님 안부와 자기의 근황,. “‘GS 건설 기술 고문직’을 사임 했다.”고,

“그래 이젠 좀 쉬어야 하겠지. 그런데 너를 그냥 놔두겠니?”

“응, 그냥 비상근으로 해외 건설 쪽의 회사에 나가게 될 것 같아.”

허기야 아직 홍근이가 갖고 있는 실력과 경력이 국가적이나, 토목학적으로도 많이 필요할 거니까....

잠시의 대화였지만, 고맙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잠시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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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선

오늘 있었던 동기회 회장 선거와 관련한 Good News를 두 친구가 전해 주었다.

“참 잘되었다.”고,,,서로 통화 후,,,,마눌님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 동안 강하게 표현하여 올려놓았던 글을 보관함으로 이동 시켜야겠다.

 

[부한 자는 자기의 낮아짐을 자랑할지니 이는 그가 풀의 꽃과 같이 지나감이라. 

해가 돋고 뜨거운 바람이 불어 풀을 말리면 꽃이 떨어져 그 모양의 아름다움이 없어지나니,

부한 자도 그 행하는 일에 이와 같이 쇠잔하리라.-야고보서 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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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 ;

오늘 아침 마눌님 상태는 괜찮다.

아침 6시 . 아직 마눌님과 딸은 자고 있기에 나는 살며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

뒤뜰의 두 놈 가이(큰 강아지)의 조반을 챙겨 주고 배설물들을 정리하고,

밭으로 나가 빈 털털이가 되어 힘없이 떨어져 있는 밤 가시껍질을 주워 담아 마당 한 가운데 모아 놓고

    (이건 잘 말려 불태우려고,..그런 후 비료로 써보려고,..),

알타리 무, 무, 배추, 쪽파, 부추 등을 둘러보았다.

마눌님과 딸에게 ‘무와 알타리무를 솎으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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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을 한 후, 두 놈 가이는 앞뜰에 묶어 놓고,

지난 번 다 하지 못한 뒤뜰의 갈라진 곳들을 Cement로 메꿨다.

완전하진 않지만 ‘그런대로 구멍 난 곳들을 다 메꿨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1 시간여의 작업을 마쳤다.ㅎ

다시 밭으로 나가, 딸과 함께 마눌님이 솎는다고 헤쳐 놓은 무와 알타리무의 밭에 흙을 듬뿍 돋아 주었다.

오후엔, 자유로 거의 끝자락에 있는 ‘아쿠아 랜드’로 갔다.

마눌님 운동 시킬 겸, 구경도 하려고, 그런데....아쿠아 랜드는 ‘임시 휴업’ 이라,,,,ㅎㅎ

그곳에서 넓직한 주차장 주위를 한 동안 걷고, 찍고, 둘러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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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san14 카페를 열어 보니.어제 차기 동기회장 선출에 관한 글들이 몇 개 올라와 있다.

아직도 철자법도 제대로 모르는 우리 동기,..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나름대로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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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주말의 흥미를 갖고 즐겨보던 ‘넝쿨당’이 끝났으니..이제 뭐하지?..

그나마, ‘늦은 밤 박지성이 출전하는 EPL이나 시청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번 그렇지만, 마눌님 치료 받는 날 긴장하였던 정신과 육신이 다음날엔 많은 피곤함을 주지만.

그걸 나는 공기 맑은 집 주위와 작은 밭에서 육체를 움직이며 제거시키곤 한다.

오늘도 밭과 야외의 맑은 공기와 함께 단란해진 가족 셋이 오붓한 시간의 감사함으로 지냈다.

정말 고맙고 평온한 하루였다.

 

[들으라 부한 자들아 너희에게 임할 고생으로 말미암아 울고 통곡하라. 

너희 재물은 썩었고 너희 옷은 좀먹었으며, 

너희 금과 은은 녹이 슬었으니 이 녹이 너희에게 증거가 되며 불 같이 너희 살을 먹으리라. 너희가 말세에 재물을 쌓았도다. 

보라 너희 밭에서 추수한 품꾼에게 주지 아니한 삯이 소리 지르며 그 추수한 자의 우는 소리가 만군의 주의 귀에 들렸느니라 .

너희가 땅에서 사치하고 방종하여 살륙의 날에 너희 마음을 살찌게 하였도다 .

너희는 의인을 정죄하고 죽였으나, 그는 너희에게 대항하지 아니하였느니라.-야고보서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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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 ;

자꾸 쓰잘 데 없는 부담을 갖지 않으려고 몇 달 다니던 교회에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다른 교회로 갔다, 집에서 10 Km 정도,... 일산 서구 덕이동에 위치한 ‘광성교회’로,...

아주 조리 정연한 설교와 병들고 부패되어 있는 보수 교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말씀이 아주 마음에 와 닿았다.

분위기도, 수준도,...

 

일단, 조용히 이 교회에 다녀야 겠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마태복음 5:13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 이니라.”

오늘의 설교를 위한 성경 말씀이었다.

 

내일 부터는 태풍-산바-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비와 걱정을 하여야 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