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병상 일기

5/31 ~ 6/8 - 생활 이야기

촹식 2012. 6. 9. 22:24

5/31 ;

 

벌써 5월말, 진짜 속도 빠르다. 시속 69 Km다. 요즈음 나의 삶의 속도,....

2012년의 거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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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것 같으면서 안 오는 덕분에 나는 꽤 괜찮은 운동을 한다.

매일 저녁,..밭에 물주는 일,..커다란 조루로 한 20 번 퍼 나르고 있으니, 아주 대단한 운동을 하는 셈이다.

내일은 마눌님 치료 받으러 가야한다. 빨리 온전해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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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

 

예전과 같이 아침 일찍 병원에 도착하여 모든 절차를 마친 후 진료를 받았다.

주치의가 학회 관계로 출장이라 대진하는 날,... 대진 담당 의사의 말,

“오늘은 지난 번 약물 투여 후유증인가 보네요. 백혈구 수치가 너무 낮아 다음으로 미루어야 겠네요.”...........................

하는 수 없이 오늘도 제대로 된 치료 - 약물 투여는 못 하였다.

집으로 오는 수밖에...

그런데 마눌님이 자기 아버지 - 나의 장인한테 다녀오면 어떻겠냐? 고, 청을 한다.

“그러자!”.....해서 청담동에 계시는 장인한테 갔었다.

가는 길에 막내 동서 불러내고,..

나는 잠시 장인 뵙고, 마눌님은 한참 동안 이야기 나누고,.

그런 후, 처형과 막내 동서와 미국에서 방학을 맞아 잠시 귀국한 처조카와

압구정동 강서 면옥에서 중식 후,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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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님은 자기 말로는 “다~ 나은 것 같다.”는데... 글쎄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은 병원 진료를 못 받은 대신, 오랜만에 서울 한 복판을 누비고 다닌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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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

아무도 연락 없고, 나 또한 그저 조용히 밭일 하면서 보낸 주말이었다.

옥수수가 많이 자랐다.

토마토는 과실이 맺히기 시작했고, 고추는 몇 개가 대롱대롱 달려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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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

교회 다녀와서 밭을 다듬고 있는데. 김영철이와 광섭 부부가 왔다.

바쁘게 생활하는 저들, 그래서 휴일은 정말 휴식을 가지면서 자기 일들을 해야 할 터인데..

부족한 나를 친구로 둔 탓인가?.......영철이 부부는 먼 길을 찾아 왔다...수원에서,

나의 마눌님 영양 보충 시켜 준다고,....

금촌 시내에 나름대로 괜찮다는 갈비집에서 만복이 되도록 먹었다.

그리곤 집에 와서 영농 교육을 수료 한 광섭 부인의 Coach를 귀담아 들으며 마눌님과 나는

농사에 관한 몇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무엇이든 배워두면 좋은 것이니,......ㅎㅎ

광섭 부인의 가르침(?)덕에 지저분하던 밭이 한결 깨끗해 졌고, 또 물주는 요령도 알게 되었다.

4시가 다 되어 집에 오는 딸을 보고 간다더니, 웬걸,,영철 부인과 영철이가 우리 딸과 함께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통에 거의 5시가 다 되어 떠났다.

또 한 번 고마움을 갖게 한 날이었다.

그 친구들이 다녀 간 여운이, 살랑살랑 불고 있는 저녁 바람과 함께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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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

 

오랜만에,...지난 어버이 날 때 다녀 온 어머니께 갔었다.

평온하시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도,..평안 하시니 다행이고 고맙다.

거동이 자유롭지 못 해서 요양원 생활을 하시면서도,,,,그저 맏며느리, 맏손녀 안부와 걱정,...

완전 거꾸로 되어버린 가족생활이다.

희한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이 솔직한 마음이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와 자위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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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섭 사무실에서 경수와 최조정이를 만났다. 넷이서 함께 춘천 막국수로 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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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우남이를 만나 함께 우리 집엘 왔다.

저녁 때 중산이를 만나기로 한 김에 우리 집엘 왔다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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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뉴질랜드에서 일시 귀국한 윤용옥이 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 만나기로 했다, 얼굴이나 기억 할 수 있을까? 꽤 오래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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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

 

평온한 하루였다. 농협에 가서 식료품 구입하고, 농사일 하고,

밤늦게 오는 딸 마중하고,

마눌님과 함께 농협에 다녀오는 날은 일주일 중, 제일 스트레스 받는 날이다.

고르고, 또 고르고, 넣었던 것 다시 바꾸고,..이리 갔다 저리 갔다....와~,..

그래서 나는 집에 와선 화를, 분을 삭이려 막걸리 잡숫고 잠들어 버린다. 혼자 투덜대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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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

 

57회째 맞는 현충일,

그러나 우리 가족은 쉬는 날이다. 매일 쉬면서도,,,또 쉬는날, ㅎㅎ

우기고 우겨서 계획 없는 나들이를 했다.

그저 밖에 나가자는 딸의 제안에,...파주 내에 있는 두 군데 저수지를 보고,,, 주위를 걷고,,

탄현에 있는 평양냉면,..그리고 집에 와선 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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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마눌님과 딸이 열심히 밭을 돌본다. 기분 좋은 일이다.

직접 씨 뿌려 심고 키워 먹는 ‘비트’라는 채소가 참 기막히게 좋은 것을 알게 되었다.

* 고혈압 / * 당뇨 / * 변비 / * 암 예방과 치료 등............아주 탁월한 채소인데..

나는 이걸 지난 3월4일에 안채 대문 옆에 뿌려 놓았는데..아주 잘 자라고 있다.

인터네 ‘지식in’ 을 찾아 마눌님에게 보여주었더니. 이젠 밥상에 항상 이 ‘비트’가 따라 다니게 되었다.

하여튼, 이 ‘비트’를 비롯해서 내가 직접 심어 가꾸고 있는 채소들로 아침과 저녁 때 짜내어 마시는 녹즙은 마눌님 몸속의 암세포를 박멸시키고 배출 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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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

 

아침 일찍 서둘렀다.

구로 고대 병원에서 간암 수술 후 치료 중인 좌원이를 문병하기로 한 날이다.

신우회 회원(일부는 부부)들이 병문안 하는 날,.

회장 권순광 부부, 김준상 부부, 이의신 부부, 차호선, 이만춘, 김호순, 김우남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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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원해서 아픈 인간이 어디 있겠나?........바보같은 물음일까?

멀쩡하다가도,......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 육신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

‘고해(苦海)’라고 부르는 삶 속에서,

나름대로 뭔가 해 보려다,,,아니, 뭔가 하여야 하였기 때문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바로 고해 속 파도를 타야 하는 것인가 보다.

파도 타는 기술이, 또 어떤 파도를 만나느냐에 따라, 고해 속에서의 각자의 삶의 형태가 보여지는 것이겠지....ㅎㅎㅎ

잔잔한 파도, 격랑 치는 파도, 태평양이나 버뮤다해 의 삼각 파도, 소용돌이쳐대는 파도,..들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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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한 시간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시간이었기에 채 5분도 안되어 병실을 나와야 했다.

얼굴색은 아주 좋았다. 환자 보다 옆에서 간호하고 시중드는 부인이 더 힘들어 보였다.

내가 겪어 잘 아는 일,..간호가 얼마나 힘드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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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약속한 대로 윤용옥이를 만났다. 서울역에서..

11년 만에 귀국한 것이라고, ....7월 중순에 다시 간다고,..

군 생활도 같이 하고 대학도,..물론 내가 선배지만...ㅎㅎ

군 시절,...옥인동 방첩부대...난 1 처장 실, 용옥이는 3 처장 실,....함께 잘 지냈었다.

대학은 내가 한 5년 선배? ㅎㅎ

암튼 오랜만에 만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반가웠다.

지금은 행방이 묘연한 송윤섭이 이야기도,...

집에 오는 길에 콩-서리태 모종 10그루를 사왔다 -\2,000-

월요일에 파서 시래기 만들어 놓은 무 대신으로 콩을 키워 보려고,.......

콩을 심기엔 좀 이른 감이 있지만 그냥 시행(?)했다.

‘서라태’ -- 서리 나기 시작할 때 수확하는 콩이라고,............까만 콩이라고,..

하여튼 몸에 좋고, 밥에 얹어 먹으면 최고고,..ㅎㅎ

잘 심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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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

 

병원에 갔었다.

의사 말씀;

“아주 좋은데요!

오늘, 8 th Cycle 2nd 약물 치료 하시고, 다음 주에 검사하시고...26일에 뵙도록 하지요,“

고무적이다.

어제 좌원이 병문안 갔을 때 친구들이 하던 나에게 해준 이야기.

“의사들이 시원하게 답해주는 일 없어. 그저 좋아 졌다면. 많이 나은 거야.”

그래..바로 그랬으면 좋겠다.

의사가 시원하게 이야긴 안 해도 눈치로 보아 많이 좋아진 상태인 건 틀림없다.

후에 간호사에게 물었다.

“문 선생! (간호사 이름이 문선영이니까.)

언제까지 주사 맞아야 하나?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봐서,...”

“예...대중은 없지만, 8번 Cycle, 또는 12번, 어떤 이는 20번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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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그래,.. 다음 검사 결과 상담 때 자세히 물어 보자’하는 생각을 가졌다.

지난 번 보다 오늘은 잘 견뎌냈다.

오늘도 구토증은 발하였지만, 지난 번 같이 심하지는 않았다.

귀가 길에 딸과 만나 영양 보충도 할 수 있었고,...

오늘도 감사하고 좋았다.

하지만 내가 너무 피곤하다. 10시,.조금 지났는데.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