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병상 일기

12/6 퇴원, 파주 전원 주택

촹식 2012. 1. 1. 16:50

12/6  - 퇴원, 파주 전원 주택

 

12시에 퇴원했다.

모든 퇴원 수속과 다음 주 외래 예약 까지 마치고,.....

멀리에서 찾아온 처 조카 며느리, 손위 처남, 처형,..그들과 점심 식사라도 하여야 했지만,

나는 서둘러 병원을 나왔다. 마눌님과 딸을 '싣고.? ''태우고.? 'ㅎㅎ....'모시고'가 맞겠지?ㅎㅎ 

처가 식구들과 뭐 특별히 할 말도 없고, ........

온갖 잡다한 상념으로 꽉 차있는 나의 마음과 머릿 속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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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집과 완전 반대 방향으로 몰았다.

어제 생각 해 두었던 '파주로 가자!'고,..

밤새 딸아이가 인터넷으로 조사해 놓은 전원 주택을 찾아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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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전,

암 치료에 관한 스케쥴 관리에 대한 교육,/ 복용 해야 하는 약의 성질과 복용 방법./ 환자에 맞는 식단 차리기...등에 대하여

병원 소속 전문가들이 병실을 방문하여 아주 차분하고, 상세하게 일러 주고 갔다.

그들의 교육 내용에 의하면, 아무 음식이나 무분별하게 먹거나 마시면 안된다니,.ㅊㅊㅊ...

점심 시간이 훨씬 지나고 있는데. 통일로로 가는 길 좌,우엔 마땅한 음식점이 보이질 않는다.

영양을 채워주어야 하는데......이거 야단이네..........정말 초조해 지기도 하고,..

.....순간, 예전의 '나'가 아닌게 약간은 서운해 지기도 한다.. 까짓거,.한 끼 걸르면 어때?..하는 오기를 부릴 수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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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시가 다 되어 '명품 한우'라는 길가의 제법 큰 음식점을 발견하여 그곳에서 점심을 때웠다,

'살코기를 매 끼니 드시는게 좋다.'는 병원 영양사의 가르침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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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에서 44Km쯤 와서 미리 알아 둔 부동산엘 찾아 갔다.

후에 알았지만, 왕년에 울산 경찰서장을 지낸 사람이 혼자 운영하는 부동산이다.

몇 마디의 인사를 주고 받은 후, 곧바로 찍어 둔 전원 주택엘 가 보았다.

마침 집 주인이 있기에, 별 부담없이 천천히, 구석구석을 훓어 보았는데.

아주 Good 이다.//........짱꿰 말로 ...많이 많이 '띵호아' 다.....

대지 190평에 건평 25평.

안채에 방2,  바같채에 방 2,.화장실 2, 커다란 창고,....넓직한 터 밭,...

무엇 보다,,,자기는 시골 생활 못 한다고 우기던 마눌님의 얼굴이 희색이다.

바로 뒤가 아주 작은 동산 같기도 하고,,,밤 나무가 있고,..앞으로 좀 나가면 작은 산이 있고, 뒤에는 문산 중학교가 있고,.

도시와 농촌을 함께 차려 놓은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 한 번에 선택 되어 버렸다.

집 주인과 몇 마디 주고 받는 중,...........이 친구, 전공은 틀리지만 나의 대학 11년 후배..

후후,,,좀 있다, 바로 '형님'이 되었네요.ㅎㅎㅎ

 

이곳에서 제법 작지 않은 건설업을 하는 친구다..ㅎㅎ '형님도 이곳에서 뭔가 하실 수 있도록 ,,,.' 배려 하겠다는데는,,,

곧 바로,  모바일 Banking 으로 계약금 주고, 중개 수수료 지불하고,.  화끈하게,.. 한 번에 공기 맑고 꽤 괜찮은 전원 주택을 잡은 것이다.

이사 날자를 21일로 잡고,....

가는 곳,....파주시 야동동이다.

이제  올 년말 부터는 '파주 최씨'가 되어야 겠다. ㅎ ㅎ ㅎ

 

일산 친구들과 20 여분 거리,...하지만 난 거긴 안 갈거고,....이리로 오라 해야 겠지.

내년 봄에 파종하여 수확할 채소와 넓직한 앞 마당에 심을 화초를 그려 보며, 돌아오는 차안에서 들떠 있는 마눌님과 딸을 보면서,

또 다른 감사한 은혜를 깨달을 수 있었다.

 

''황구'도 한 마리 키우자!'하며 운전대 잡고 말한  한마디에,  우리 따님...'아빠! 키워서 잡을라고요?'

'야, 집 지키라는 거지... 집 개를 잡냐?'ㅎㅎ.

참,ㅎㅎ  못 말리는 부녀의 대화에 마눌님은 신나서 간섭을 한다.

어젯밤 병원에서 제대로 잠을 못잔 부녀가, 환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별아별 대화를 하는데,.간섭 안 할수가 없겠지만,....

나는 한 술 더 떠,..'우리 마당에 연못 만들자! 물고기 키우게..ㅎㅎ'..나는 엉뚱한 order를 계속 하면서,..

두 여인을 웃기고, 또 웃기고,..

'[그런데..., 언제 내가 농사 지어 봤냐?..밥상에 올라오는 것은 기막히게 줏어 넣었지만..ㅎㅎ']

 [아무려면 어떠냐?

    우울한 분위기가 없어지고 새로운 마음으로 들떠져 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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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담당 의사가 이야기 한  '병의 진행과정'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나만 갖고 있기에....

나의 무거운 마음을 알리 없는 딸과 마눌님,....

아무리 한 가족이라도 마음속의 생각을 아직까진 전부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정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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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타깝다...우선 인간적으로,     하나님께 매달리는 믿음이 적은 것일까?.'}

지루한 rush hour 시간에 자동차 속에서  잠을 자고 있는 두 여인을 흘끗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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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선웅이가 누구한테 들었는지?..(짐작은 가지만,) 전화로 궁금한 걸 묻고,..

의신이와 우남이가 꼬리글로 기도해 주고,.

윤소가 '이겨 내라!'고 하고,.

경수가 전화 해 주고.

일산병원 원목께서  힘내라!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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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한 일이 많았다.

항암 주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마눌님, ..  400명 투약 하면 3명 정도가 무 반응이라는데,..

그 통계에 해당되니 감사하고,

공기 맑고 넓은 집을 그려보았는데...바로 해결이 되었고,..

집에 돌아 온 방금 전 내가 너무 피곤해 하니까. 마눌님이 오랫만에 손수 저녁 식단도 준비하고,...

"참 어찌 감사한 날이 아니겠습니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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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피곤하다, 정말 피곤하다............. 저녁 때 교회에 간 따님이 빨리 왔으면 ,.....너무 졸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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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이 있었고, 그 속에 감사한 일들의 연속을 주시니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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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따님이 오고 있다는 전화가 왔네....빨리 마중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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