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병상 일기

11/21 ~ 11/23 - 강남 세브란스 퇴원

촹식 2012. 1. 1. 15:56

11/21 - 오늘이 월요일이었지? ..참, 

 

제한되어 있는 공간 - 병동에 장시간 머물곤 하다 보니...시간 개념이 슬며시 없어 지려 하네..참..내..허 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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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찍 퇴근(?)했다.--저녁 8시 10분,..평소 보다 2시간이나 먼저,.

그리고 아침은 일찍 츨근을 하고,..ㅎㅎㅎ

병원에 도착한게 아침 7시 전이니까...

.

회진 시 만난  주치의의 말씀,..

'조직 검사 결과는 아직 좀더 있어야 나올 것이고요,

 다른 검사 결과 약간 이상한 곳이 있어 좀 더 두고 봐야 겠네요.

 내일 오후 쯤 방향을 이야기 하지요.

 지난 토요일엔 김 총장님 만났습니다.'--

         (김총장이란 분은.... 나의 매부- 전 연대 총장 김병수 박사를 일컬음 - 암 전문의 였고..지금은 연대 석좌 교수)

.

오늘은 특별한 조치도 없고, 그냥 어제와 다르게 냉장이 아닌 상태에서 소변 수집하며 하루를 보냈다.

딸아이 또한 오늘은 정해진 스케쥴이 없는 탓에.

일찍 교대 할 수 있었고,

.

특이 사항, 아주 깊고 좋은 사항은,

회진이 끝나고 나는 다시 집에 볼일이 있고, 또 좀 쉬려고 와 있는데.

아주 오래 전 부터 알고 있는 '성남 교회' 담임 목사께서 전화를 주셨다.

"집사님, 지금 가 뵈려는데 몇 호지요?"

"오시지 마세요. 그냥 기도 만  해 주세요."

"아니예요, 그럴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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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부랴부랴 버스를 갈아 타면서 다시 병실에 도착한게 11시 50분,

조금 있으니까. 목사님 내외분이 당도 하셨다.

그리곤 딸과 , 병상의 마눌님과 반갑게...

근 4,.5년만에, 원하지 않는 병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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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 먼 이란으로 떠날 때도 친히 인천 공항까지 배웅해 주셨던 목사님 내외분이다.

이번엔 마눌님의 절대 원하지 않은 병 때문에,

긴급 기도 요청을 드렸더니, 한 걸음에 오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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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전서 - 말라기 서 4장 2절,..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같이 뛰리라."

      이 말씀으로 위로를 해 주시고, 마눌님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고 간절하게 기도 해 주신 일,....

     그래서 한결 편안해진 마눌님과 딸과 나,.....

 

식사 대접하려는데,..마다시면서 가시기에 배웅을 하는데,..붉은 봉투를 넣은 붉은 지갑 같은 것을 우리 딸에게 주시는게,..참,내...

,

다급한 나머지 긴급 SOS를 목사님께 드렸지만,.........

완전 몰염치한 사람이 된 것도 같고,...

마눌님 또한 죄송해서 어쩔줄 모르기에..

'괜찮아, 당신이 빨리 나아서 오늘과 같은 은혜, 신세,..빨리 갚으 면 될 거 아니야!'

.

나 스스로 또한 그래야 하리라,

 

형편도 어려우신 분이,..

자식들 학업도,.이제 막 수능 시험 치른 딸도 있고,

서울 대에 재학중인 아들도 있는데,..

 

정말 죄송스럽고ㅡ,, 감사하고 고마운 목사님 내외분에게 커다란 빚을 진 것 같다.

.............

오후엔 마눌님과 함께 병실 칸의 커튼을 완전 닫아 놓고, 옆의 환자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주의겸 부탁을 한 후

오랫 만에 깊은 낮잠을 잘 수도 있었다.

.

주치의의 저녁 회진은 없었고, 복도에서 마주친 레지던트의 짧막한 전언,..

"PET결과 폐나 다른 곳은 이상 없는데,..골반 쪽에 약간 이상이 있는 것 같아 내일 다시 검사 할 것 같다."

는 말,.

그런데, 이 수련의는 때론 맞지 않는 소릴 잘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몇번 느꼈거든..ㅎㅎㅎ)

내일 되어 봐야 할 것 같다.

.

오늘도 친구들의 염려 전화가 있었다.

???!!!!!???????????!!!!!!?????????????!!!!?????????

.

어제 보다 1시간 일찍,. 오늘의 일과를 끝내게 되었다.

.

오늘도 감사하고 은혜로운 시간이 있었고, .....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 마눌님 덕에 나 또한 편안한 수면을 가져야 겠다.

내일은 비가 온다지?

그래도 시간은 절대 멈추지 않을거고,,....추위에 건강 해치지 않도록 주의들 해야지....

.

지금 이시간,..마눌님과 딸은 원하지 않은 공간이지만 잠 들었겠지?!

"내일 보자! Good n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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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 내일 퇴원

 

아침 8시 40분 - 다시 한 번 '의심 부분의 PET를 찍어 보자' 는 처방에 따라,

PET실에서 약물 투여를 하고 병실로 오다 회진 중인 주치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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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9시30분에 외래 진료실로 오시지요', '보호자 혼자 오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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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투여 한 후 2 시간 지난 후 촬영을 하니까...

..

9시30분 외래 진료실에서 담당 주치의를 만났다.

" 현재 상태를 보아선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간의 반을 잘라내고, 부신을 잘라 낸다 해도, 현재 의심되는 뼈에까지 전이가 되었다면,

  수술의 의미가 없습니다.

  설혹 뼈에 이상이 없다해도, 간을 잘라낸 후 나머지에 전이되어 있는 부분을 약물 치료 하여야 하는데.

  견뎌낼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부신 암은 현재로선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

.".................................."

"그럼, 수술 하나 안 하나 같은 결과라는 말씀이신데,..".....

...........

"예,.......가족들끼리 잘 상의하셔서 의견 주십시오."

.

.

"현재로선 얼마나 ...?

"몇 달입니다."

"................................"

.

병실로 올라오니 마눌님과 딸이 의심의 눈초리로 입을 우물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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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숨 좀 돌리고, 생각도 좀 정리하고 ,....그래서,

"음 별거 아니래...이따 11시에 PET 촬영 결과 보고 얘기 하재,.."

.

처제와 동생 몇에게 의사가 들려 준 위의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끝으머리에,.............."나 어떡하니?.."..................

.

한 시간 정도 지나 마음을 추스린 다음 차분하게, 제일 어려운 얘기를 들려 주었다.

어차피 겪어야 할 순간,.

인간으로선 어쩔 수 없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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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몸에 칼을 대는 것도 안되고, 특별한 처방도 없는 시점에 무엇을 가릴 수 있겠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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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마눌님과 딸은 눈물을 흘리고,.곁에서서 바라만 볼 뿐,...

.

앞으로의 계획이 머리를 복잡하게하고,

,

지금까지 많은 병마와의 씨름에서도 이겨냈으니까..

1992년도인가?...그때도 인천 길병원에서 못 고친다고 진단한 병이 있었을 때도,......

..

..

1975년 부산 대학 병원에서 식물 인간이 되었을 때도,

1976년 당시 흔하지 않던 요로결석 수술을 받고 난 후에도,..

1977년 지금의 딸 아이를 출산 할 때도,.

1978년 겨울, 오지 말았어야 했는데,..이 세상에 나오자 마자 9시간 만에 가버린 핏덩어리 아들의 일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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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의사들은 마눌님의 '생명이 끊났다'고 하였었지만,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의 기도와 하나님의 섭리는 바로바로 일으켜 주신 것을 기억 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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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에게 '담대한 마음을 가지라!'고 일러 주면서,,,,.

걸려 온 두 분 목사님의 염려 전화에 상세히 말씀  드리고,..

.

간호사실로 찾아갔다.

"내일 퇴원 하겠으니,,, 수속 밟도록 부탁 합시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진통제 처방과,...다른 것들도 좀 챙겨 주시고,..."

..

'인간은 한 번은 꼭 죽는다...'..물론 그렇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분명히 아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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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하나님께선 인간이 할 수 없는 치료의 능력과 역사하심을 보여 주시려고 그러시는 것이다.

나는 믿는다. 우리 딸 아이와 함께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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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전화 주신 ' 목사님',..."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하시는 분이 아버지 하나님이시니까. 믿고 의지하십시오."

"그럼요, 이젠 장권사와 함께 슬슬 공기 좋은 곳으로 여행 다니며,...그럴꺼예요."

"예 그러세요. 계속 기도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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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늘 밤 만 이곳 병원 신세를 지고,..내일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그 동안 힘껒 달려 온 길을 서서히 둘러 봐야 겠다.

.

'..나의 죄....험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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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제가 왔네. 나중에 다시 연결 해서 써야지.....(지금은 넷북을 갖고 병원에서 쓰고 있는 것이니까.....)

..........................................................

막내 처제와 동서가,....문자를 보고 부리나케 달려 왔다.

'괜찮을 거라 ~'하더니...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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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손위 처남이 다녀 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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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처제와 동서와 주거니 받거니 심각하게 이야기 하는 중에, 바로 아래 처제가 또 달려 왔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유치원 원장,...엄청 바쁠 터인데...벌서 3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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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처제가 일러 주는 말,.....

'형부, 걱정 말아요.모든 게 다 잘 될거예요.

하나님의 뜻이 계실 거예요.

미국에 있는 조카 '혜린'이도 '다 하나님의 뜻이 계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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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 계획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런 걱정 마시고 언니와 함께 시골 공기 좋은 곳에 가시든지,..

가시고 싶은 곳에 조그마한 집을 마련하여 왔다 갔다 하시던지,..

아무 걱정 마시고 하시고 싶으신 대로 하세요.'

.

이런 처제의 당부와 위로에 참았던 눈물이 마구 쏟아 지는 데는 늙은이의 주책도 아니고,...하여튼 자꾸 자꾸..

'강해 지자 !' 해 놓곤,.....'나'라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약하고 허물어 지려나?..하면서,..

.

처제들이 갖고 온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

<...너무 피곤해서 내일 계속해야 겠다. (지금 시간이 12:37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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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 퇴원 - 집에 왔다.

 

10시에서 11시 사이면 퇴원 된다고 하더니 12시가 다 되어 모든 퇴원 수속이 끝났다.

어제 밤에 마눌님 병상을 지켜 준 처형과 함께,

그리고, 부랴부랴 직장에 가야 하는 딸과 함께,

복정역 인근의 토담골에서 훈제 오리 바비큐를 먹고, 집에 온 시간이 오후 1시 30분.

난방을 넣고, 이것 저것 짐 정리를 해놓고,

그 동안 병원에 가져갔던 의류, 침구류 등을 세탁하려고 챙기는데.

안 방에 들어 가 있던 마눌님의 통곡 소리가 들린다.

한 걸음에 가서 안아 주면서 함께 울고, 달래고, ,....또 달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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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할 말이란 딱 한가지 뿐,

'여보, 이러지마, 이러면 병균이 좋아 할 거 아니야, 우린 이겨 낼 수 있어, 우리 강해 지자,...

 하나님이 고쳐 주신다잖아....."..............

한참을 그러다 거실로 나오니, 줄여 놓은 핸폰 벨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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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전 막내 남 동생에게 부탁 했었는데....

알지 못하는 전화 번호에서 마눌님의 이름을, 그리고 나의 위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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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국회의원 보좌관실인데.

일산 국립 암센타에 주선하려는데.

'진료 소견서'를 빨리 fax.로 넣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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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 동안 쓰지 않아서 인지 집에 있는 fax.가 제대로 작동을 안한다.

속은 타고,..

허겁지겁 차를 몰고 2Km정도 에 있는 주민센타에 가서 일러준 fax. no.로 퇴원시 갖고 온,

강남 세브란스 암 병동의 소견서를 보냈다. 물론 수신 확인도 하고,...

.........이제 일산 국립 암센타에서 연락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세밀하신 보살핌을 겸손히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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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안에 이사 갈 집도 준비해야 한다.

공기 좋고 물 맑고, 그리고 지난 날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볼 수 있는 곳...

그 곳을  빨리 찾아야 할 문제도 같이 지니고 있게 되었다.

문제의 연속이다,..다~ 그런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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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에 오니,,,,, 마음은 편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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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두 번째 세탁기 돌리고 있고,.......

좀 있다.......머리를 잘 짜내어 마눌님을 위한 저녁 밥을 잘 지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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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바로 아래 처제한테서 전화 왔다.

"............그리고 너무 급하게 집 구 할 생각 마시라고,.....필요한 것 다 준비하여 놓을 터이니.......'

"알았다, 고맙다,. ...'

.

이러면서도 난 또,.. 무엇을 생각하고 있다.

'친구?!?!?!...'

                "형제?!??!?..."

.

때때로 외롭지 않은 인간이 있을까????

.

또 다짐한다. 강해져야 한다고,

겸손해야 한다고,....

난 절대 외롭지 않다고,...

'범사에 감사'하는 오늘이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주께서 그를 일으키시리라.

                 혹시 죄를 범하였을지라도 사하심을 받으리라." (야고보서 5:15)-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