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14년째 함께 생활하고 있는 "요크셔 테리어" 한 마리가 있다.
지난 1990년, 20여년 만에 만난, 대학 후배이지만, 고교선배인 "임규희" 형이
족보있는 강아지라며 준 것이다.
그 강아지와 함께한지가 내달 6일이면 꼭 14년이 된다.1990년 7월 6일생 이니까.
그 강아지를 준 "임"형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고교 선배 노릇을 한다며,
대학 2학년이었던 나와 몇 친구를, 대학 1학년인 주제에,...대학 뒷뜰에 엎드려 뻗쳐 놓고
몽둥이로 엉덩이를 치던 대학 후배 형이다.
이유 불문하고, 다른 선배한테 막 대하고,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행동에 대한 당연한 견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 충분히 달려들 수도 있었고, 속칭 "깡다구"도 있었지만, 고교 후배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두들겨 맞은 엉덩이를 비비면서.
"알았어. 형, 잘 못했어"라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요새야 그럴리도 없고,....... 아니, 그런 일이 있었다간 아마 세상 뒤집히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래서 그 형과의 추억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고, 요즈음 같은 세상에 인간의 도리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후배는 둘째치고라도, 몇 십년씩 갖고 있던 정도, 옹졸한 감정과 자기 평가 기준을 앞세워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 드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때 그 "임"형이 준 강아지는 우리 집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귀염둥이에서, 어떤 때는 완전한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도 하면서,,,,,,,
몇 번 이사 하면서도 한 번도 가족의 품을 떠나지 않고 있다.
밤 10시경이 되면 제일 먼저 자기 잠자리를 찾기도 하고,
용변을 본 후엔, "잘했다"고 칭찬 해 달라며 끙끙거리는 모습은, 인간 나이로 따지면 80 이 넘었다고 하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치아도 건강해서 먹는 것에 대한 불편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것이어서, 이놈도 이젠 양눈에 백내장이 와서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다니는 자기의 길 만 더듬거리고 있다.
또 해수병으로, 바람을 정면으로 쏘이면 한 동안 기침을 하곤 하는 것이 안쓰러운 마음을 갖게 하곤 한다.
사람에게나 하는 백내장 수술을 해 줄까도 했지만, 심한 기침을 하는 해수병과 나이 탓에 이마저 제대로 치료를 해 주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영영 이별해야 한다"고 딸 아이한테 일렀지만. 그간의 정이 현실을 인정하기엔 너무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한 탓일까. 요사이는 안 하던 버릇이 생겨서, 어떤 때는 주인 한테 막 달려들기도 하고, 또, 방문을 긁으면서 심하게 짖기도 한다.
그럴 땐, 뒤에서 목덜미를 잡아 안고서 도닥거려 주면서, "착하다"고 얼러주면 잠잠해 지곤 한다.
늙어서 그런 것 이겠지만, 무척 잠도 많아지고, 투정도 많아진 것을 보게 된다.
지금 이 시간엔 부엌에서 일하는 여주인 옆에 앉아서 끙끙 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보지도 못하면서,..........
이런 우리집 강아지를 보면서
(제대로 말하면 강아지가 아니고 "개"인데,........강아지는 "개새끼"를 일컫는 것이니까....)
인간의 어떤 면을 톡톡히 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인간 같지 않은 사람을 우리는 곧잘 "개새끼"라고 부르곤 한다.
그러니까. 강아지를 일컫는 말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 말은 틀린말 같다.
개새끼라는 강아지는 무경우도 아니고, 옹졸한 생각을 품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새끼 보다도 못 한놈'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나 보다)
오래전, 그러니까 1982년으로 기억 되는데,
대학 후배이자 동창이 간암으로 쓰러져 심한 고통 중에 있을 때를 기억나게 한다.
그 때 그는 다시 일어날 수 없음을 느꼈던 것일까.?!!
자기와 오랜 동안 함께 한 부인을 원망하면서 병상에서 버둥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 때 함께 갔던 친구가,..."저 친구, 며칠 안 남았네,.... 지금 저 하는 행동은
이 세상과 이별을 하려고 인연을 끊고 있는 거야"라던 말이 생각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 세상과 인연을 끊을 때가 되면 아마도 무언가 그 징조를 드러내는가 보다.
우리 집 예쁜 강아지 -요크셔 테리어- "은동"이의 얼마남지 않은 이 세상 하직의 날을 방정맞게 생각하면서
또 다른 인간관계를 생각하는 날이다.
-지금도 저기 좁은 부엌에서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내가 부르는 자기 이름에 귀를 쫑긋한다.
"은동아~~~!"
조금만 더 온전한 삶을 살아 주려므나. "은동아~~!!"
2004.6.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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