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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주치의의 회진 1 시간 전 쯤엔 미리 레지던트가 먼저 회진을 돈다.
아직 까지 이렇게 친절하고 자상한 레지던트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오늘도 자세하게 마눌님의 현황을 얘기해 준다. 결국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이지만,.....
주치의의 회진이 끝난 직 후, 바로 오늘의 결론이 나왔다.
“오늘 바로 1 인실로 옮기시라.”고,.. 어쩌면 오늘 임종 시간일수도 있으니까.
1인실로 옮겨 가족들과의 조용한 이별의 시간을 갖도록 하라는 언질이다.
그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오전 11시가 되기 전, 꼬박 3주 동안 차지하고 있던 [포괄간호서비스병동]을 떠나,
1 인실들로 꾸며져 있는 12층 병동으로 옮겼다.
이 병동의 병실들은 돈 많은 장기 입원 환자, 아니면 곧 이 세상을 하직하는 환자들이 머무는 곳이라고,
제법 깨끗하게 꾸며놓은 병실이다. 60여일이 넘는 동안 전전하였던 4인 병실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연히 그래야겠지,,, 병실 사용료가 만만치 않다. 4인실 사용료의 20배가 넘는 비용이다. 꼭 이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남들도 다 그런다고,,,그리고 의사가 그렇게 권유도 하고,,,,
하여튼, 잘 옮겼다. 그리고 어느 시간일지 알 수 없지만 마눌님의 임종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바로 앞에 닥쳐온 것이다.
먼저, 마눌님 소속 교회 주안장로교회 교구담당 목사에게,
그리고 30 년이 넘는 친분을 갖고 있는 성남교회 지광복 목사님께,...
그리고 지극 정성으로 마눌님을 사랑해 주시고 하나님의 은총을 전해 주시는 한양교회 최루톤 목사님께,
....................아침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을 말씀 드렸다. .....
그리고 처형과 처제들에게도,........(전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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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혈압은 50~60대를 오락가락하고 있고,......담당 레지던트는 장담을 하는 듯, 하루~이틀 이라고 하고,.........그러나, 그 말에 그리 놀라지도 않는 나의 마음이 되어있다.
매일 거의 같은 소리의 진단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만반의 준비는 해야 하는 게 또한 당연하고................
오늘이 수요일, 목회자들에겐 정기 예배가 있는 날,...
소식을 전해 들으신 성남교회 지 목사님 부부께서 급하게 찾아 주셨다.
엊그제 오셨을 때완 다른 분위기다. 병문안이 아니고, 임종 예배를 드리시러 오셨다.
정장에 성경 가방까지 드시고,.....저녁 7시에는 성남교회 교회 수요예배를 인도하셔야 하기에,,,,,,,목사님 부부와 나는
묵묵부답인 마눌님의 몸에 손을 대고 찬송과 기도와 말씀과 축도로 임종 예배를 드렸다.
비통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나의 감정은 솟구치는 울음을 참지 못하게 하고,.......
20여 분 간의 임종 예배였다.,.... .‘
수요 저녁 예배를 인도하시려고 또 다시 성남으로 가셔야 하기에 나는 ‘속히 가시라.’고 재촉하였다. 고맙다는 말씀과 함께,.....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누가복음 23:43,46]
지 목사님 부부가 가신 후 조금 있으니, 언니의 마지막을 함께 하려는 바로 아래 처제가
부리나케 달려와 주었다. 그리곤 힘들게 눈만 껌벅 거리는 마눌님에게 울먹이는 소리로 얘기하고.......그러는 중에,
최루톤 목사님 부부께서 부랴부랴 달려 오셨다.
너무 고마우신 목사님, 나보다 더 비통해하시는 목사님 부부의 표정에서 하늘나라 일꾼의 성품을 보는 듯했다.
이미 낮에 수요예배를 인도하시고 피곤하신 몸도 개의치 않고 오신 목사님께선, 교회 일도 많으실 터인데,.....바로 달려 와 주셨다. 처제를 소개시켰다.
“목사님 저의 처제,.장 권사 바로 아래 동생이예요. 목사님 교회 바로 앞, 리라 유치원 원장이고요.”
목사님 부부와 처제의 대화.....가 한참 있었다.
그러시면서 아직 퇴근 전인 딸이 오는 시간까지- 한 시간이 넘도록 기다려 주시고,....
6시30분이 되어 초조한 마음, 애통의 마음을 갖고 달려 온 딸,......사모님의 품에 기대어 한참을 울었다.
“은아. 이제 그만,.... 엄마를 위해 목사님께서 예배드리시러 오신 건데,..”.........................................
최루톤 목사님의 인도로, 마눌님이 일생동안 즐겨 부르던 찬송-442장(구,499장)-을 시작으로 예배가 진행 되었다.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있는 그 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주님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그 청아한 주의 음성, 우는 새도 잠잠케 한다.
내게 들리던 주의 음성이 늘 귀에 쟁쟁하다.
주님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밤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하나,
괴론 세상에 할 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
주님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눈물범벅이 되다 시피 하며 부르고, 또 부르고,
목사님의 말씀과 기도와 축도,..이렇게 진행된 마눌님의 두 번째 임종 예배(첫 번째는 지 목사님이 인도하신 3시간 전의 예배)는 침울한 가운데서도 경건하였다.
예배 시작과 동시에 막 도착한 둘째 처제와 막내 동서도 함께하여서,...
그런데 이 또 무슨 장난인가?
우리 부부가 교적을 두고 있는 주안 장로교회 교구 임xx 목사가 경기 지역에 거주 하고 있는 권사 두 분과 함께 한참 예배 진행 중인 병실로 들어 와선 나를 불러낸다.
예배 중 불려나갔더니 한다는 소리...“지금 예배드리고 있으니 저는 가봐야 하겠습니다.“
“그럼 여기 왜 왔습니까?............지금 교계의 대 선배 목사님께서 장 권사를 아끼고 사랑하셔서 일부러 먼 길을 오셔셔 임종 예배를 드려 주시는데. 함께 참여하시고, 예배 끝난 후 목사님이 다시 예배드리시면 안 되나요?”
;;;;;;;여러 말로 옥신각신 하였다.;;;;;;;;;;;;;;;
드디어 나의 성깔이 터졌다. “여봐요, 임종 예배드리고 있는데 남편 불러내는 경우는 뭡니까?...좀 기다렸다 선배 목사님께 인사도 드리고, 그러면 안되요?”;;;;;;;;;;;;;;;;;;;;;;;;;;;;;;
요새 젊은 목사들, 다는 아니지만, 자기 뭣 대로다. 많은 신도들이 ‘주의 종’이라고 깍듯이 대해주는 것에 기고만장해서 그런 것인지?.... 성직자가 아니라 어느 큰 직장의 건방진 과, 부장쯤 되는 행동거지를 마구 하곤 한다.
나와 딸, 함께 있던 처제들이 어이없는 표정을 섞어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지경까지 되었다.
한 술 더 뜨는 건가? 이 시건방진 임xx 목사, 자기 큰 아버지 뻘이나 되는 나에게 한다는 소리,..나의 손을 붙잡고는
“집사님, 제가 집사님 사랑하는 거 알죠?”한다.
이거야 원,.."사랑..?".. 나를 언제부터 알았다고 사랑 타령인지?..한심한 일을 벌이는 이런 사람이 주의 종의 탈을 쓰고 다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 도 잠시,..난,,,“알았으니까. 빨리들 가보쇼”했다.
이 모양을 곁에서 겸허한 자세로 지켜보시던 최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집사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집사님! 임종 예배는 장 권사를 제일 사랑하는 목사가 인도해야 해요. 제가 해야 겠습니다.”하신다. 나는 ‘너무 고맙고 좋다는 생각’,... 그리고,
“우리 마눌님, 하늘나라 가는 예배는 걱정 없게 되었구나!”하는 안도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 또한 ‘범사에 감사하라.!’ 하신 말씀으로, 커다란 일을 맞이함에 앞서 큰 은혜를 베푸시는 주의 은사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마음에서 울어 나오지도 않는, 알지도 못하는 젊은 목사에게 맡겨 놓았다가 큰 낭패를 당 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이렇게 열정적이시고, 나의 마눌님 장 권사에게 주님의 은사를 베푸시는 최루톤 목사님께서 직접 다 챙겨 주시겠다니,......“정말 잘 된 일이다.”........................
******잠시,...*****
하늘나라로 가는 이들에게는 우리나라 기독교의 관습에 의해,
임종 예배/입관예배/발인예배, 그리고 하관 예배 등이 순서대로 진행되는데, 이 모든 것을 자기가 속해 있는 교회의 목회자가 주관하는 게 관습으로 되어 있다.
모순된 습관인 것이다.....왜냐면, 생전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망자에게 무슨 은혜를 끼칠 수 있냐?는 것이다.
“신학을 공부하고, 시간 지나 목사가 되었다고 다 성직자냐?” 하는 나의 생각이 오늘도 그릇된 행동을 하는 젊은 목사-주안장로교회 임xx 부목사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었다.
무슨 놈의 주은(주님의 은혜)이 이런 거냐?(속으로,.. 허허허,...).
하나님의 백성이 중심이 아니고, 요사이는 많은 교회가 ‘우리 교인 중심’인 게 별 것 아닌 나에게는 너무 싫고 안 맞는 교회의 못된 행태 인 것 같다. 한양교회에서는 그런걸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처음 보는 이들에게도 아주 고운 미소를 띄고 먼저 인사하는 사랑이 넘치는 교회라고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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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목사님 부부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렸다.
목사님 부부가 가신 후 처제들과 딸과 나는 뻔한 이야기, 다짐에 다짐을 두는 이야기, 그리고 나의 마눌님, 자기 엄마, 자기 언니에 대한 앞으로의 남은 시간과 병고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다 밤 11시가 다 되어 돌아들 갔다.
‘오늘은 넘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밤 12시가 되어 막내 처제 가족이 왔다. 조카 ‘명준’이가 이모와 꼭 이야기해야 한다며,...
모든 이가 자리를 비켜주었다. “명준아, 이모와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해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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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님의 마지막이 아직 남은 채 하루의 일과가 끝났다.
적지 않은 사연이 각인되며 지나가는 날이다.
마눌님은 오늘 하늘나라로 가지 않았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았나보다. 말도 못하면서,...
아니, 하나님께선 아직도 나의 마눌님의 썩어져 가는 육신을 통해 무언가를 깨닫게 해주시려는가?............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겠나?............... 피곤한 나의 육신이여~~!!!!..
마눌님 곁에 온 가족 다 있다. 초조한 마음을 갖고,...
그리고, 마눌님의 혈압과 맥박과 숨소리를 수시로 눈 여겨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