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병상 일기

4/6~4/8 - 악순환의 고리가 이제 끊어지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촹식 2014. 4. 9. 14:15

4/6 ;

어제도 늦게 집으로 가서 잤다. 여간해서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은근히 걱정이기도 하다. 이러다 나마저 병들면 정말 큰일 이니까.

혼자 집에 가서 자고 오려니 딸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아침, 병원에 도착시간 6시30분, 밤새 별 일 없었다. 딸은 피곤한지 아직 자고 있고,..새우잠,...

 

별 일없이 정해진 순서대로 간호사들의 점검과 간호조무사들의 보살핌 속에 그냥 그런대로, 하루를 지냈다. 정말,...지난주의 긴박하였던 시간은 이번 주엔 없는 건가?...하면서,...

 

오늘은 한식 날!

나는 아버지께도 못 가보고 있다. 어머니계신 요양원에도,.......

“이게 뭐람.........!!!” 하고 생각하면 끝도 없이 잘못 된걸 찾게 되니,....스스로 얼버무려 ‘무지한 놈’이 되어 버리는 요즈음이기도 하다. ㅊㅊㅊ ...한심하기도,....

 

긴박하였던 시간들이 연속되어지다보니 조금은 습관화 되어 버린 탓일까?

혈압이 낮고, 코에는 계속 산소가 공급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그리 조바심 갖지 않고 지켜보다 집에 오곤 한다.

습관이란 게,.......

오늘은 조용한 하루였다.

 

4/7 ;

혈압, 맥박, 산소량, 호흡. 체온,...모든 게 정상이다.

그런데 하도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길래, 스마트폰 후라쉬로 입안을 들여다보았다.

와!~~이건 정말,....혓바닥은 온통 거무티티하게 뭔가 묻어 있고, 목구멍 근처를 보니 거기도 지저분한 게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 같다. 입을 제대로 다물지 않고 있으려 하고,....

무지한 나는 ..“이거 혀에까지 암이 침범했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의사를 불러 달라 했다.

다행이 그건 아니었다. 가래를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해 그게 입안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거라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간호조무사가 와서 입안을 청소하고, 증기를 입안에 쐬는 치료(Nebulizer)를 하기로 하였다.

 

“얼마나 갑갑하였을까?” 하고 생각하니 정말, 요 며칠 어처구니없는 병간호만 한 것 같아. 마눌님에게 아주 많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 계속 수건을 물에 적셔 입에 대어주기도 하고, 소독된 거즈로 입안의 말라붙어 있는 가래 찌꺼기를 긁어내기도 하였다.

나름대로 수건 3장을 매일 물에 적셔 마눌님 머리맡에 걸어 놓기는 하였어도, 건조한 병실의 공기를 이겨내진 못하였던 것이고, 그에 따라 의사소통이 거의 없는 마눌님의 입안은 온통 지저분한 게 끼어 있었던 것이다. 말 못하는 마눌님의 갑갑한 마음을 생각하니 내 몸이 작은 전율을 느낄 만큼 안타깝고 답답한 노릇이었다. 하루 두 번의 증기 공급과 입안 청소를 하기로 하였다. 입안이 빨리 개운해 지면 좋겠다.

엄청 갑갑하였을 터인데......“마눌님...미안하다. 미리 못 챙겨줘서,......”

 

오후 3시가 좀 지나, 성남교회 지 목사님 부부가 또 병실을 찾아 주셨다.

나 못지않게 안타까워하시며 자주 찾아와 위로하시고 기도해 주시는 목사님 부부, 오늘도 정말 고마웠다. 성남에서 여기가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그 시간 경수의 전화,......“고생한다.”고,..그리고 “며칠 있다 한 번 오겠다.”고...

“응, 고맙다.” 더 이상의 할 말이 별로 생각나지 않았다. 현재의 마음이다.

 

오후 4시 finish 회진 시, 레지던트와 잠시 이야기 했다.

마눌님의 입안 치료와 향후의 전망,...........

“환자 분의 의지가 꽤 강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홀몬 분비가 나와서 몸의 기능을 잘 유지 시키는 것 같고요......... 혈액검사 결과로는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요. 그러나 지금 딱 뭐라 말씀드릴 수 없는 게.......”

...................명쾌한 답을 얻을 순 없었다.

오늘,...이렇게 지냈다.

 

[여호와 하나님은 해요 방패이시라 여호와께서 은혜와 영화를 주시며

정직하게 행하는 자에게 좋은 것을 아끼지 아니하실 것임이니이다.-시편 84:11]

 

4/8 ;

아침 6시 마눌님 혈압을 재니, 65/45다. 큰일이다.......

간호사가 오고, 수련의가 달려오고,.........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오는 건가?”하는 생각과 함께 마눌님을 흔들고 말을 시키면서 응급 처치를 받았다.

 

간호사와 별도로 나는 거의 10분 간격으로 혈압을 check하고,...

 

위의 혈압은 62~90, 아래 혈압은 39~63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지내고 있다.

 

오전에는 이 병원 행정 부원장이 원목-심 목사님과 함께 마눌님 병상을 다녀갔다. 마눌님 귀에 대고 기도를 하시고 성경 구절을 읽어 주시고,.....드문 경우이겠지만,....

,..고마움을 표하지도 못했다.

하루 종일 긴장하였다.

식염수를 계속 주입하면서 혈압을 조절하고 있지만, 이것도 곧 한계가 있다고,....

복수는 뽑지 않아도 관을 삽입한 부분의 틈새로 계속 흘러나오는 게 평일 배출 되는 량 보다 더 한 것 같다.

그러니 수분 부족으로 인해 혈압은 계속 떨어지고,.....

악순환의 고리가 이제 끊어지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 회진 시, 의사의 말,....

“혈압 승압 제를 사용하려해도 지금 상태로선 효과를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자칫 심장에 더 큰 무리를 가할 수도 있겠고, 도리어 복수만 증가 시키는 결과가 오게 되지요. 일시적으로 혈압 상승을 위해 식염수를 주입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것도 한계가 있고요. 이제는,.......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쯤 1인실로 옮길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오나보다’.... 퇴근하여 온 딸에게 “오늘은 괜찮을 것 같은데. 얼른 집에 다녀 올 게,” .................

급하게 집엘 다녀왔다. 두 마리 가이들이 닷새는 지낼 수 있도록 사료와 먹이를 준비해 주고, 전기, 가스, 창문들의 점검을 마치고 다시 급하게 병실로 왔다.

운전 하여 오면서 상조회사와도 연락을 하고,,......또 무엇을 하여야 할 지?를 두서없이 생각하면서 다녀왔다.

병실에선 딸이 여전히 긴장된 모습으로 자기 엄마를 지키고 있다.

혈압은 계속 70~90대를 넘나들고 있고,..... .............

‘오늘부턴 한시도 마눌님 곁을 떠나지 말란다.’ 의사가,...........“.그래야겠지”.

문제는 잠자리인데.........어떻게 되겠지......잠을 못 잘 수도 있고,..........

 

저녁 무렵 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다. 난 사실대로 말씀 드렸다. 어머니가 무척 안타까워 하신다. 그럴 수 밖에,.....

손녀 걱정이 먼저 앞서시는 것 같으시다.

"나는 죄인입니다."를 다시 한 번 깨우쳐 주시는 것 같은 어머니의 전화였다.

 

[내 마음이 내 속에서 심히 아파하며 사망의 위험이 내게 이르렀도다.

두려움과 떨림이 내게 이르고 공포가 나를 덮었도다.

나는 말하기를 만일 내게 비둘기 같이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서 편히 쉬리로다.

내가 멀리 날아가서 광야에 머무르리로다.

내가 나의 피난처로 속히 가서 폭풍과 광풍을 피하리라 하였도다.-시편 5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