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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만에 숙면을 하고 새벽길을 달려 병실로 왔다. 새벽 5시50분,
소리 내지 않고 조심스레 병상 옆으로 가니 딸은 벌써 깨어 자기 엄마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눈짓으로 “밤새 어땠니?”.......“잘 잤어요.”한다. ‘밤새 안녕하다.’고,......
다행이다. ‘내가 병상 곁을 지키지 못했을 때 행여 일어나는 일이 있으면 평생 죄스러울 텐데.’하는 마음이 있는데........다행이다.
지난 2월에 이어 또 다시 자기 엄마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기적을 위해 아침 금식을 시작한 딸을 옆에 두고, 마눌님용 병원 아침 식으로 조반을 했다. 마눌님이 먹지 못하니 내가 대신 하루 세끼를,............
어제 저녁 6시경부터 잠자고 있는 마눌님은, 잠시 잠간 억지로 흔들어 깨웠던 두 세 번의 시간을 제외하곤 오늘도 계속 잠에 취해 있다.
회진 시 의사의 말, “몸의 기능이 많이 떨어지고 기력이 없어지면 이렇게 잠만 자게 됩니다.” 라고,..
.....난,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론 “그러니,,,,,,어쩌라는 것이요?.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것이요?”하고 반문하고 있었다.
지난 월요일에 이어 오늘도 11시가 되어 처형이 와 주었다,
나와 딸은 잠시 병실을 처형에게 맡기고 집에 다녀왔다.
오후 5시가 되어 주안장로교회 장로님들 두 분이 병실로 와서 마눌님의 상태를 보곤 너무 비통해 하시며, “왜? 좀 더 일찍 알려 주지 않았냐?”고 .“...................말을 할 수 있었을 때 뵈었으면 몇 마디라도 나누었을 텐데..”하면서 아주 간절한 기도 - [죽었던 ‘나사로’도 살리셨던 주님께서 여기 장 권사님을 일으켜 주십시오.;;;;;;;;;;;;;;;;;;;;;;;;;;;;;;;;;;;;;;;;;;아멘.] 하며 기도를 하시고 못내 아쉬운 표정을 남기시고 돌아들 가셨다.
그리고 저녁 시간, 우남이와 홍정선이가 찾아와 주었다.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며,
마눌님 저녁 밥상은 딸에게 맡기고, 나는 친구들과 함께 저녁 만찬(?)을 했다.
여전히 마눌님은 잠에 들어 있다. 하루 온 종일이다.
오전엔 3일간 대변을 보지 않았기에(섭취한 것은 없지만 주입되는 MG TNA Peri inj.으로 인해 소량이라도 매일 있어야 하는데 3일 동안 전혀 없어서,.....)간호사에게 부탁하고 의사의 지시를 받아 관장을 했다. 그래서 소량이지만 두 번에 걸쳐 배변이 있었다. 그 외엔 특별한 증상이나 변화 없이 지냈다.
혈압은 94~105/65~75, 맥박은 85~95, 호흡은 10~24(계속 코로 산소 공급 중), 체내 산소량 100,
소변 량은 너무 적다. 150~250 cc/day.이니,.......몸의 내부 기능이 형편없이 되었나보다.
오늘도.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는 마눌님의 생명 연장선에서, 나는 지쳐 갈 법도 한 기도의 끈을 붙잡고 조용한 부르짖음을 토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시편 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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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엔 드디어 몸살기가 찾아 온 딸이 버티기가 힘든지,...“아빠 저, 찜질방에 가서 자고 오면 안 될까요?”..........“그래, 가서 푹 자고 와, 여긴 걱정 말고, 엄만 계속 자고 있을 거야. 무슨 일 있으면 ‘카톡’으로 보낼게”........이래서 내가, 자다 깨다 하며 마눌님 병상을 지켰다.
여전히 혈압, 숨소리. 맥박,...다 정상 범위인데.......깊은 잠에서 헤어 나올 생각을 않는 것 같다.
겉으론 아무 탈 없이 정상 수치를 유지하는 생명의 근간들을 시간 마다 Check하는 간호사들의 수고가 많이 고맙지만, 병상 곁을 지키며 새우잠을 자야 하는 보호자에겐 시간마다 깨어야하는 고달픔이 고마움에 앞서 잠시 귀찮아 지기도 한 밤이었다.
아침 7시가 되어 찜질방에서 온 딸의 얼굴이 괜찮아 보인다.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그냥 생긴 말이 아님을 다시 느꼈다.
(나도 보약이 필요한데.....)
오늘은 아침 회진 시 주치의가 병실 밖으로 나를 부른다.
“지금 환자 분 병의 근원이 많이 커져 있습니다. 최대한 고통 없도록 지내시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오후의 X-ray결과와 혈액 검사 수치에서 암의 증가로 인한 신체 각 부위의 기능 저하가 확연히 나타났나보다..
요 근래의 회진 시마다 하는 거의 같은 소리지만 오늘 만큼은 자기 진단이 확실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짐을 주는 행동이었다. 혹시 잠결에 마눌님이 들을까? 해서인지 나를 병실 밖으로 불러내서,...........
한 두 시간이 지났나? 이 병동의 수간호사가 병실로 와서 나에게 하는 소리......
“가능한 한 가족들이 후회 없도록 얼굴을 많이 보여 주도록 하세요.” 그런다.
진짜 의학적으로 끝나가는 것을 선언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말, 그 선언, 그 권유를 들으면서 나는 무덤덤했다.
아마 며칠 동안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탓이겠고,
또 “곧 일어나게 해 주시든지, 아님, 빨리 하늘나라로 데려가시든지...”하는 반복된 기도 탓에
놀라거나 두려움보다 차분한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확히는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이다.
때론 오락가락하고 있으니까.
오전이 다 지나갈 무렵, 깊은 잠에 있던 마눌님이 ‘아야, 아퍼....’ 하는 소릴 내고 또 다시 깊은 잠..........
난 간호사에게 상태를 이야기 했고, 잠시 후 수련의가 와서 식염수에 희석시켰다는 Morphine 10cc를 주사하고 갔다.
맥박 : 89, 혈압 : 92/64, 체내산소량 : 100(이건 계속 산소 호흡기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호흡 : 12~16, 체온 : 36.7 ----시간 마다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대체적인 오늘의 현황이다. 그리고 계속 발생되는 복수는 3일 전부터 매일 1,000cc 씩 Drain하고 있다.
오늘, 마눌님 얼굴은 깊은 잠에 젖어들어 있는 것 외에는, 외견상으론 아무렇지도 않다. 그 동안의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뭐가 어때서?”할 정도로 평온하다. 참,,,알 수 없는 게 생명인가?......
딸이 퇴근하여 오고, 저녁밥도 먹고 난 후, 아무리 보아도 현재로선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필요 없는 질문 같지만, 그래도 간호사에게 오늘 밤의 상태를 예견해 달라고 묻고,................
오늘은 딸이 병실에 있기로 하고,................큰 맘 먹고 집에 왔다.
간단히 집안 일을 하고. 잠자리 들기 전,
마눌님,
그리고 병상을 지키는 딸,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잘 모르고 계실 어머니,....
나의 마눌님을 위해 간구 하고 계시는 주의 종들,
그리고 주의 백성들,
나의 친구들,........
신우회원들의 기도 제목,........
모두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매일 매일의 간절한 소원을 묵상으로 아뢰었다.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나의 하나님께,......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이시라 여호와께서 네 오른쪽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낮의 해가 너를 상하게 하지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지 아니하리로다.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하게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시편 1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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