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병상 일기

3/20~3/28 - 쓰러지지 않으려고 비틀 거리면서도 돌려야하는 자전거 바퀴의 페달을 밟는 듯

촹식 2014. 3. 28. 22:51

3/20 ;

지난밤과 오늘 낮 사이 마눌님은 엄청 배설물을 쏟아냈다.

마치 이 세상에서 갖고 있던 것들을 다 두고 가려는 듯,....

딸이 그 배설물을 치우느라 밤새, 그리고 오전 내내 애쓰며 고생했다.

소변은 hose로 자연 배출 되지만, 대변은 천상 수동으로 처리해야 하는 게 아직 마눌님 몸 상태다.

엄청난 일들이긴 하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44일 동안 있었던 961호 병실에서 [포괄 간호 서비스]를 받는 802호 병실로 이동했다.

처음 시도하는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한 면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느 정도 만족 할 런지 알 수 없으나 일단 믿고 맡기는 수밖에,.....

병동 간호사에게 이것저것 묻고 또 나름대로 마눌님을 위한 몇 가지를 챙겨 놓고 딸과 함께 집으로 왔다.

“정말 괜찮을까?”..........하는 의구심이 자꾸 일어났지만, ‘일단 병원의 배려와 보살핌을 믿어보자.’고 다짐을 하며,...........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자-마눌님의 병실 이동은 조심스럽고 무척 신경써야하는 긴장감이 깃들기도 하였다.

   

;;;;;;;;;;;;;;;;;;;;;;;;;;;;;;;;;;;;;;;;;;;;;;;;;;;;;;;;;;;;;;;;;;;;;;;;;;;;;;;;;;;;;;;;;;;;;;;;;;;;;;;;;;;;;;;;;;;;;;;;;;;;

이 와중에 ‘또라이’라고 불리고 있는 이광홍이가 1년여 만에 전화를 해왔다.

“병원에서 고생하는 건 알고 있는데,...”로 시작한 ‘또라이’의 말,....잠시 전화 내용을 듣곤,

“와~! 이건 '쌍 개놈'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인즉,

2010년 여름으로 기억하는데,....법률 방송 TV의 대표로 있는 세일이가 “주식 공모를 하는데 누구 소개 좀 시켜 달라” 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난 우연히 이광홍이를 만난 자리에서 “법률 방송 TV주식을 사 두면 훗날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점점 더 법률문제가 우리나라 국민들 생활 속에 파고드는데,....

그리고 세일이가 부탁하던데 한 100주 정도 사두었다가 훗날 네 손자한테 주면 어떻겠니?“하고 권했었다.

“한 주당 가격 \70,000-이라니까 700만원 투자하는 건데....세일이도 도와주고,...”

이렇게 해서 이광홍이는 100주가 아닌 50주를 산다며 세일이의 통장으로 350만원을 송금하고 '법률방송 TV 주식 보유 증명‘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세일이와 둘이서 전화 통화하고, ...뭐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데,.지난 해 7월에 이어 오늘 또 다시, “세일이에게 돈 받아 달라”는 내용이다.

내가 추천해서 송금했으니까 나 보고 해결하라는 내용이다.

자기 둘이 만나 장시간 대담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했으면서,.......

그리고 주식 보유증서도 갖고 있을 터이면서,.....

난, 어처구니없기도 하지만, 지금 온 통 마눌님의 생사 갈림길에서 허덕이고 있는 터에

대낮부터 술 퍼 마시고 한 다는 소리다.

,.....어찌나 화가 나던지,........‘나쁜 놈! 술안주가 좀 모자랐나?....’

 

어쩌다 동창이 되기는 했지만, 너무 많은 좋은 친구들과 비교되는 것이 인간의 못된 속성-[나 만을 위한 세상]이란 그릇된 행동거지에서 나오는 마음 씀씀이인지도 모르겠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얼마 전 영석이 처가 보내온 ‘카톡’ 메시지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래, 잊자!" 이런 동창은 나의 memory 에서 지워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

;;;;;;;;;;;;;;;;;;;;;;;;;;;;;;;;;;;;;;;;;;;;;;;;;;;;;;;;;;;;;;;;;;;;;;;;;;;;;;;;;;;;;;;;;;;;;;;;;;;;;;;;;;;;;;;;;;;;;;;;;;;;;;;;

마눌님을 덩그러니 병실에 혼자 놔두고 집에 왔지만, 썩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 마눌님을 제대로 돌봐 주지 않으면?.......하는 생각. 그 생각도 잠시,..

너무 피곤한 딸과 나는 집안일도 대충,....그리고 깊은 잠에,........

 

3/21 ;

아침 일찍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아무도 없는 병실에서 어떻게 ‘잘 지냈나?’하는 생각에 잡혀,....

병원에 도착해 보니, 영 마음이,...그게 아니다.

병원 측에선 나름대로 해주고 있지만,,......거동이 완전 불편한 마눌님의 호출에 즉시 답하지 못하는 [포괄 간병 서비스]는 밤새 마눌님을 두려움과 짜증 속에 지내게 한 것 같았다.

아직은 온전하거나 완벽하지 못한 [포괄 간호 서비스]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참 답답하다.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비싼 돈 주며 고용해야하는 사설 간병인은 보호자가 보는 앞에선 성실한 척 하고, 보호자가 없을 때는 고삐 풀린 망아지 같고,.....

 

큰 기대를 갖고 옮겨온 병실의 [포괄 간호 서비스]는 목적의식이 결여 되어있는 간호조무사들의 간호 서비스는 앞으로 많은 것들이 개선되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내용들이 가득한 것 같다.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딸이 “아빠, 밤에는 제가 엄마 곁에 있을 게요.”한다.

나는 괴로운 마음을 꾹 누르고, 지긋이 딸아이를 바라보았다.

“은아, 괜찮겠니? 정말?..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에 출근 하려면 너무 힘 들 터인데.“

............................

..................................

....................................

결국, 낮에는 내가, 밤에는 딸이 마눌님 곁을 지키기로 했다.

여전히,....... 거창한 표현(?)으로,...“고난의 행군이 계속되고 있다.”

----------------------------------------------------------------

나의 사정을 거의 알고 있는 우남이가 걱정스러웠던지,,,,,또 다시 병실을 찾아 마눌님의 모습을 보고 갔다. 고맙다. 친구야.!

누구누구는 영화 ‘노아’를 보러들 가서 구약 성경의  불가사의한 한 장면에 젖어 들겠다는데,.....ㅎㅎㅎ

 

3/22 ;

지난 밤 병실에서 지낸 두 모녀를 생각하며 설친 잠에서 깨어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길을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비교적 편안한 밤을 지냈다.”고 이야기하는 딸의 얼굴이 많이 초췌해져 있다.

“미안하다 딸아........!!!....”

낮에 잠시 간호사에게 부탁 겸 사정하고 딸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밤새 피곤한 딸은 더운 물에 샤워를 하고 그리고 다시 ‘자기 엄마 줄 거’라며 몇 가지 음식을 챙기고

잠시 낮잠을 잤다.

난, 며칠 밀린 집안 일,...농사 준비를 하고,...

;;;;;;;;;;;;;;;;;;;;;;;;;;;;;;;;;;;;;;;;;;;;;;;;;;;;;;;;;;;;;;;;;;;;;;;;;;;;;

다시 병원에 온 시간 오후 5시, 마눌님은 편안하게 잘 있었던 것 같다.

오늘 당번인 간호조무사의 보살핌도 잘 받고,....하지만, 70 % 정도의 만족 밖에 가질 수 없는 딸은 본격적으로 야간 간병을 자처하고,......난, 무거운 발걸음을 숨기고, 가벼운 듯,..거짓의 마음을 갖고 집으로 왔다.

 

3/23 ;

주일, 오늘도 아침 일찍 서둘러 병원엘 갔다. 밤새 딸은 마눌님 곁에서 힘들었나 보다.

자주 일어나 앉기도 하고,.어눌한 말로 “집에 가겠다.”고 보채기도 한 마눌님,....

딸은 혼자 감당하기 힘든 밤을 보낸 것 같았다.

 

병원 지하 강당에서의 주일 예배는 딸 혼자 다녀오고,....

..............................

잘 먹지 않는 마눌님 식사량이 큰 고민 중의 하나다.

한 끼에 아이들 수저로 3~5 숟가락 정도,,,,,,

물론 말초 정맥용 - MG-TNA Per.inj.라는 복합 영양제가 투약되곤 있지만,

경구로 먹는 음식이 제일 좋다는데,.........

 

억지로 마눌님에게 점심밥을 5 숟가락 먹이고, 3가지 경구용 약도 20여 분 걸려 먹였다.

그런 후 살살 달래어 양치질까지 해주고 잠시 딸과 집에 왔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딸은 샤워하고 ‘잠 좀 자야겠다.’기에,....

“그래 좀 자렴, 이따 3시 반 경에 떠나자” ...두 시간 정도의 여유 아닌 여유를 갖고 딸은 잠을,

나는 이 동네에서 가장 먼저 고추 농사지을 준비-고추 모종 지지대 36개를 45cm간격으로 세우는 작업을 했다. 그러고 나서 3시30분, 곤한 잠에 들어 있는 딸을 조심스레 깨워 다시 병원으로,....

병원 뒤 백석공원 주차장에 이르기 바로 전 카톡 문자가 왔다.

바로 아래 처제가 “병실에 와 있다.”고,....

병실에 도착하니,..... 처제는 겉으로 웃는 얼굴이지만 무척 허탈한 모양이다.

“언니(나의 마눌님)가 나를 못 알아본다.”고 말하면서,...

나는 마눓님을 다정스레 보듬으며 “여보, 태언이 엄마 왔는데.....”

마눌님은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인다. 눈가에 조그마한 눈물자국을 내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그런 모습을 보며 억지로 웃겨보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눌님은 어느 순간, 화를 내기도 하고,.....

............잠시 마눌님 들으라고 처제와 딸과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 하고 있는데.

우남이가 “이중산이네 집 근처-행신 역 있는 데로 오지 않겠냐?”는 전화가 왔다.

갈 수 없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중산이가 많이 불편한 모양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중산이가 나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싶지만, 자기 자신이 거동이 불편하니 나 보고 오라는 거.

그러나 난 갈 수 없으니,..... 결국 40여 분 지나 우남이 혼자 병실로 찾아왔다.

처제는 내 친구가 온다니까 부랴부랴 가고,....

;;;;;;;;;;;;;;;;;;;;;;;;;;;;;;;;;;;;;;;;;;;;;;;;;;;;;;;;;;;;;;;;;;;;;;;;;;;;;;;;

오늘도 질기고 애틋한 생명의 숨소리와 그것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3/24 ;

오늘도 병상 생활의 마눌님과 그 곁의 가족들은 아직 확실하게 끝을 모르는 숨소리의 연장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후 4시, 병실 회진을 하는 레지던트를 따로 불러 물어 보았다.

“선생님, 어때요? 선생님이 보는 우리 집 사람의 상태..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난, 이미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고, 또 환자 자신도 마음을 비우고 있는 것 같으니. 그냥 현재의 상태를 솔직히 말씀해 주심시오. 어떤 말도 괜찮으니까.“

이 의사. 꽤 친절하고 성실한 의사라고 생각하는 김동현 레지던트.,,,

“예...........................딱히 뭐라고 결론을 낼 수는 없지만, 그 동안의 자료들을 볼 때, 2 주 정도,....길면 3 주로 보아지는데요. 콩팥 기능이나 간수치가 많이 나빠져 있는 상태이고요..”

........잠시 망설이다 이야기해주는 내용은,

‘이 세상에 있을 시간을 2주 정도로 알고 있으라.’는 말이다.

.........................................................................................

..........................“예. 그렇군요.”

순간 만감이 교차하였다. 이미 각오는 하고 있으면서도 막상,...막상 들으니 말이다.....

 

;;;;;;;;;;;;;;;;;;;;;;;;;;;;;;;;;;;;;;;;;;;;;;;;;;;;

‘....이왕지사 데려 가시려면 편안하게 속히 데려 가시면 좋으련만..... ’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신다는 유일 신 하나님께 하는 나의 넋두리다.

생사화복에 관한 한, 아니 그것 말고도 어떤 무엇 하나라도,.....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나의 넋두리다.

나는 처제에게 문자를 넣었다.....앞으로 2~3주 라고,....

이제 무엇을,...어떤 것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사로 잡혀 있어야 할 것 같다.

오전에 빨리 집에 다녀오려는 딸을 데리고 병실을 나오는데. 성남교회 지광복 목사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지금 출발하는데. 계실거죠?!”

딸과 나는 다시 병실로 왔고, 잠시 후 오신 지 목사님의 기도 후, 사모님은 마눌님과 환담하고, 나는 목사님과 앞으로의 마눌님 남은 여정을 이야기 하였다. 결코,... 슬프지 않은 표정으로,.....

 

3/25 ;

마눌님 생일이다. 67번째,.....

어제 낮에 딸이 끓여 놓은 미역국을 나는 밤새, 그리고 새벽에 다시 끓였다.

제대로 맛나게 만들어 진 미역국을 보온병에 담아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달려 병원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화요일, 딸아이가 강원도 홍천과 일산 덕이동을 두루 다녀야 하는 날이다.

새벽 6시께 병실을 나가는 딸을 백석역까지 데려다 주고 얼른 병실로 오니 여전히 마눌님은 곤히 잠자고 있다.

곁에서, 그냥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 조반이 들어오는데 병원 식당에서도 마눌님 생일을 축하하는 작은 케익과 함께 다른 환자들의 식사 메뉴와 다른 미역국을 곁들인 식사를 가져왔다.

그러나 마눌님은 그냥 잠에 젖어 있고,......

회진이 끝나고, 나는 억지로라도 마눌님을 깨워야 했다.

너무 축 쳐져있는 게..영..‘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그러나 마눌님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잠에 취해 있다. 할 수 없이 도로 눕혀 놓았다가 점심때가 다되어 다시 일으켜 앉히곤 살살 달래고 보듬고 하면서 집에서 가져온 미역국을 두 모금 마시게 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준 생일 카드와 케익을 앞에 놓고 ‘찰칵’하고..

이게 병상에서 맞는 마눌님의 67번째 생일잔치(?)다. ㅎㅎㅎ

 

++++++++++++++++++++++++++++++++++++++++++++++++++++++++++++++++++++++++++++++++++++

이렇게 하면서 뜻 있는 날을 지워가고 있는데, 1년 후배 예비역 공군대령 이규대가 찾아 왔다.

지난해에 상처를 하고 혼자 쓸쓸히(?..이런 표현이 맞는지는?)지내고 있는 후배.. 나의 처지를 나 보다 더 잘 아는 듯 특별히 위로하며 잠시 환담을 나누다 돌아갔다. 고마운 후배 중의 후배다.

;;;;;;;;;;;;;;;;;;;;;;;;;;;;;;;;;;;;;;;;;;;;;;;;;;;;;;;;;;;;;;;;;;;;;;;;;;;;;;;;;;;;;;;;;;;;;;;;;;

주어져 있는 하루의 주요 일정을 마친 딸이 퇴근하여 병실로 온 시간, ...임무교대를 하고 난 집으로 왔다. 함께 병실에 있을 수도 없고 해서,,.......가족 모두가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 휴~~~,...

 

병상에서 맞은 마눌님의 생일 날, 오늘도 여전히 복수는 1,500 cc를 뽑아내면서,.....

 

3/26 ;

오늘도,.......

쓰러지지 않으려고 비틀 거리면서도 돌려야하는 자전거 바퀴의 페달을 밟는 듯,

나는 마눌님 병상 곁에서 시작도, 끝도, 줄거리도 없는 이야기를 엮어가면서 도닥거리고,...

;;;;;;;;;;;;;;;;;;;;;;;;;;;;;;;;;;;;;;;;;;;;;;;;;;;;;;;;;;;;;;;;;;;;;;;;;;;;;;;;;;;;;;;;;;;;;;;;;;;;;;;;;;;;;;;;;;;;;;;;;

요사이는 매일 복수를 1,500 cc씩 뽑고 있다.

오늘까지, 지난번 1차(2/11~3/12)로 26,387 cc를,

그리고 2차 - 3/17부터 오늘까지 13,950 cc 를 뽑았다. 전부 40,000cc가 넘었다.

엄청난 양이다. 크지 않은 여인-나의 마눌님 뱃속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노오란 물’이 계속 샘솟고 있으니,.....

Morphine은 계속 양을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주입되고 있고, 때로 항생제와 알부민이 picc시술로 고정 시켜놓은 혈관을 통해 들어가고 있다. 혈압 조절약과 변비약은 하루 세끼 끼니를 챙기거나 말거나 시간 맞춰 3번 은 복용해야하고,...

 

그런데 잠이 너무 많다. 어느 날은 낮에 한 시간 정도 깨어 있고,....계속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 몇 마디를 하곤 계속 잠에 취해 있다. 이렇듯,.... 내가 어쩌지 못하는 현상이 연이어 지고 있다.

;;;;;;;;;;;;;;;;;;;;;;;;;;;;;;;;;;;;;;;;;;;;;;;;;;;;;;;;;;;;;;;;;;;;;;;;;;;;;;;;;;;;;;;;;;;;;;;;;;;;;;;;;;;;;;;;;;;;;;;;;;;

오후 6시40분경, 최루톤 목사님 내외분이 또 찾아 주셨다.

마눌님의 쇠약해진 모습, 더 어눌해진 말씨에 목사님 내외분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목사님은, “권사님, 제가 너무 미안해요. 권사님이 이렇게 아파하는데도,............”

말끝을 흐리시는 목사님은 이 지경에 있는 마눌님에게 뭐가 미안하고 죄송한지...계속 마눌님 손을 붙잡고 괴로워하신다. 옆에 계신 사모님은 계속 눈물을 훔치시고,.....

나 또한 그 모습에 눈시울이 젖다가 그냥 흘러내리고,...

많은 목사님을 보았지만, 참,...이런 목사님은 만나보질 못했다.

차호선이 덕분에 이렇게 최루톤 목사님을 알게 된지 5개월 여,...그 동안 너무 많은 사랑과 은혜를 끼쳐주신 분,....

오늘도 수요 낮 예배를 마치시고 무슨 사명도 아닐 터인데 이렇게 와 주셨다.

잠시 잠간 시간이 흐른 후, 목사님께서 “권사님, 하늘나라 가실 준비 되셨죠?. 주님이 뭐라 하시지 않아요?”

우리 집사람-마눌님이 어눌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예,....내..가,.... 너를 도우..리라.....고 말씀 하..셨,,어,,요.”

“”예, 권사님, 주님이 그러셨어요?!. 주님이 권사님을 도우신다지요!

이제 아무걱정 마시고 주님만 생각 하세요“

;;;;;;;;;;;;;;+++++++++++;;;;;;;;;;;;;;++++++++;;;;;;;;;;;;;;

20여분의 만남, 그리고 기도를 해 주신 후 가셨다.

Rush Hour 이니 저녁 식사 하시고 가시라고 하여도,..그냥....괴로운 표정으로 돌아 가셨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인간의 삶의 끝자락에서는 제대로 발휘되지 못함을,......‘느낄 수밖에 없는 걸까?’ 하면서 오늘을 보낸다.

 

3/27 ;

아침 이른 시간 청담동에 살고 있는 처형이 병실로 왔다.

조카(우리 딸)의 애쓺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또 바로 아랫동생의 병고를 달래며 하루를 보내겠다고,...

덕분에 딸과 나는 일찍 집에 올 수 있었다.

며칠 만에 집에 온 딸은 마당에서 몸을 틀면서 뛰며, 반가워하는 가이와 강아지를 쓰다듬고, 안고,...하면서 잠시 재회의 시간을 갖곤, 샤워를 한 후 깊은 잠에 빠졌다.

난 며칠 밀린 밭농사 준비를 다시 한 번 다듬고, 열 번 정도 뒷곁을 오가며 물을 길어 밭에 물을 주고,.....이러는데 전화가 왔다.

(변)홍근이가 병원엘 오겠다고,...

오후 4시경에 병원에 도착하여 처형에게 “수고하셨다.”고 한 후 집에서 갖고 온 무와 상추, 청경채 그리고 뚝섬 적상추를 챙겨 들려 보냈다.

오늘따라 처형이 무척 고마웠다. 그러고 처형은 ‘무척 힘들었을 꺼다’.고 생각하며,...

 

5시 경, 홍근이가 병실로 왔다. 2011년 12월5일, 나의 소식을 듣고 바로 신촌 세브란스로 달려와 주었던 시간이 2년 반이나 지나 다시 병실로 찾아와 주었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친구들끼린 뭐 특별한 주제가 없어도 마음으로 통 하는 거니까..

오늘도 뭐 특별한 대화는 없고 그저 “잘 지내냐?.” “참 고생이 많구나” 이런 정도,...

몇 마디 이야기 하다, 오세중이에게 전화를 했다.

졸업 후 처음 만나는 홍근이와 세중이,

좀 이른 저녁상을 앞에 두고 50년을 훌쩍 넘은 학창시절의 이야기들을 주고받다 1시간 여 만에 헤어졌다.

병실로 다시 돌아 온 나는 딸과 마눌님의 상태를 확인하고 집으로 왔다.

물론 딸에게 사랑의 눈빛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오늘도 나름대로 분주하였다.

오전, 집에 가는 길에 파주 보건소에도 들렸었으니까..

 

취침 전 바로 아래 처제한테서 전화가 왔다.

낮에 마눌님을 돌보고 간 처형이 여러 가지를 곰곰이 생각했나 보다.

처제를 시켜 나에게 전하는 말,..“통일동산에 마련해 놓은 자기의 영원한 안식처를 동생인 나의 마눌님에게 물려주겠다”고,..

“그러면 나중에 처형은 어찌할 거냐?”니까....그건 그 때 가서 보자고,..

나는 곰곰이, 아주 곰곰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이걸 ‘거절 할 수‘도 ‘성큼 받을 수’도,........어찌해야 하나.....???......

........................................................................

너무 피곤하다...일단, 오늘은 자야겠다.

 

3/28 ;

아침 5시에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 딸에게 갖다 줄 반찬 몇 가지를 챙기고, 가이(개)들 사료와 물을 챙겨 주었다.

아직 어두운 시간, 그래도 밭을 둘러보고,...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6시45분, 딸아이는 출근 준비 중이었지만,...........

얼굴이 많이 상해 있음을 보았다.

너무 미안하다. 못난 부모 때문에........

마눌님은 내가 온 것도 모르는 양 깊은 잠에 들어 있고,..아침 식사가 나오고, 레지던트의 검진,

그리고 주치의의 회진 시에도 꿈쩍 않고 잠만 자고 있다.

너무 곤하게 자니, 의사도 그냥 보기만 하고 지나치고,...

오전 11시 40분, 숨소리는 제대로인데,.....너무 깊이 잠들어 있는 게 이상하다 싶은지...간호사가 수련의에게 연락하고,...

그 사이에 나는 마눌님을 흔들어 깨우고 침대 핸들을 돌려 앉혀 놓았다.

그저 몽롱한 상태로 있는 마눌님의 등을 문지르고, 또 몸을 이리저리 주물러 주면서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을 때 이미 점심 식사가 나오고 ,....나는 마눌님을 달래며 밥 두 숟가락을 먹였다.

더 이상은 안 먹겠다고 하니,,,,................두 숟가락 먹자마자, 눕겠다고 하고, 눕자마자 대변을 보고, 얼른 간호조무사를 불러 처리를 부탁하고.....

 

오후 3시경이 되니, “손으로 배를 문질러 달라.”고 야단이다. “너무 아프다.”고,...

응급 진통제를 먹이고, Motor 달린 손 모양 마눌님 배에서 손바닥을 회전 시켜야 했다.

그래야 시원하다 하고,..

“여보, 나 팔뚝이 너무 힘들다. 좀 쉬면 안 될까? ”너무 힘든 나머지 환자에게 사정하여 잠시 쉬었다.ㅎㅎ

그러는 사이 마눌님은 잠이 든 줄 알았는데.........긴 한숨과 함께 탄식이 나온다,

“이거 어떡해요?.....아~이.....후~...” 누구한테 하는 소린가? 힘없이 내 뱉는 한 숨!

평생 자기가 섬겨온 하나님한테?..........아님,...스스로에게?....

나는 귀에 대고 살며시 이야기 해 주었다.

“무얼 어떻게 해. 그저 모든 걸 하나님한테 맡기는 거지....그저 편안히 생각해, ”

 

아직도 마음에 응어리져 있는 것이 있나보다. 아직도 내려놓지 못하고 쥐고 있는 게 있나보다.

“가슴이 답답하다”.고도 하고,...

참..안타깝다. 병상에서도 의식이 명료할 땐 뭔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으니,...... 그러다 또 하는 소리..“빨리 가자~”고,....

며칠 전부터 “집에 가자!”고 자주 이야기 한다,

그럴 땐 나는 앞에 걸쳐있는 정맥용 주사 뭉치들을 가리키며,

“응, 여보, 저거 다 맞고, 그리고 저거 필요 없을 때 우리 집에 가자. 응”

마눌님이 고개를 끄떡일 땐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설득을 하곤 한다.

“여보, 그러려면,..응..그러러면 말이야...밥도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그래야 돼.”

“빨리 나아서 집에 가서 나랑 재미있게 살아야지,..그리고 은이도 너무 힘들어 하는데, 당신이 빨리 나아야만 해. 알았지?”

조용히 타이르듯 이야기 하면 마눌님은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그리곤 큰 결심을 한 듯 조금 시간이 지나면 “나 밥 잘 먹을 거야”라고도 하고,...

 

오늘도 어눌하고 더듬거리는 말투, 신경 곤두세우지 않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씨의 마눌님과 적지 않은 시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오전에 그렇게 곤하게 자던 것과는 다르게..

앉았다, 누웠다.를 반복하면서,.........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이 나타날 것도 같은데......

그 잠간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시 나는 “마눌님이 하늘나라로 가면 나는 어떻게 하지?..하는,....완전히 이중적인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 한다..

누군지가 정의한 [인간은 연약한 존재! 생각하는 갈대!]...라고...후후,..

그런 정의도 필요 없는지 모른다. 그저 생긴 대로, 주어진 대로 생각하고, 움직이고,..그러다 시름에 잠기고, 또 기뻐 날 뛰기도 하고,.......

 

오늘이 이 병원에서의 생활 52일째다.

마눌님 발병을 알게 된지 28개월 13일째다.

초진 때 의사의 진단, “남은 시간이 3~4개월”이라던 시절이, ‘그 시절, 그 때’가 되어 훌쩍 지나간 지금,....

아직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은 채, “나에게만은 특별한 기적이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라는 간절한 소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왜?....왜?.....난, . 이래야 하나?...하면서,.........

오늘 마눌님 병상을 지키면서 틈틈이 많은 상념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상념 중에 어떤 것이 실제로 다가 올 것인가?.........언제?....그리고 마눌님 병상일기는 언제 끝나는 것인가?...를,.... 그냥,..그저,....특별한 의식 없이 생각 해 본 날이다.

=============================================================================================================================

[[시편 136 :

136:1 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며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2 신들 중에 뛰어난 하나님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3 주들 중에 뛰어난 주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4 홀로 큰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는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5 지혜로 하늘을 지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6 땅을 물 위에 펴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7 큰 빛들을 지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8 해로 낮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9 달과 별들로 밤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10 애굽의 장자를 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11 이스라엘을 그들 중에서 인도하여 내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12 강한 손과 펴신 팔로 인도하여 내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13 홍해를 가르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14 이스라엘을 그 가운데로 통과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15 바로와 그의 군대를 홍해에 엎드러뜨리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16 그의 백성을 인도하여 광야를 통과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17 큰 왕들을 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18 유명한 왕들을 죽이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19 아모리인의 왕 시혼을 죽이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20 바산 왕 옥을 죽이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21 그들의 땅을 기업으로 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

136:22 곧 그 종 이스라엘에게 기업으로 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23 우리를 비천한 가운데에서도 기억해 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24 우리를 우리의 대적에게서 건지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25 모든 육체에게 먹을 것을 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136:26 하늘의 하나님께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