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
어제의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그렇고 그런거구나 하는 오늘을 맞았다.
여전히 혈압은 지극히 저혈압이다. 57/28… 계속 이렇게 생명이 유지되고 있다.
혈압이 낮다 보니 말초 혈관-모세 혈관까지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상태이고, 그러다 보니 발가락, 배, 등허리 등에 괴사 현상이 오고 있다.
속수 무책이다.
혈압을 올리려 수액을 계속 공급하면, 복수가 차고, 그 복수를 빼면 혈압이 낮아지고, …..
수액이 공급되면 적당량이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 되야 하는데, 소변량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 -1일 배출량이 20~40 cc다. 공급된 수액이 콩팥으로 안가고 위로 올라가 폐에 물이 차게 되면 숨이 차고, 결국 기도가 구실을 못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시간이 지나감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
급해도 처리해둬야 할 일이 있기에, 딸과 처형이 병실을 지키는 동안 급하게 파주 시청엘 다녀 왔다. 납골당 사용을 확실히 해 두려고,…
;;;;;;;;;;;;;;;;;;;;;;;;;;;;;;;;;;;;;;;;;;;;;;;;;;;;;;;;;;;;;;;;;;;;;;;;;;;;;;;;;;;;;;;
어제 예배 드려 주셨던 두 분 목사님께 상태를 문자로 보고 드렸다. 처제한테도 알리고,…….
;;;;;;;;;;;;;;;;;;;;;;;;;;;;;;;;;;;;;;;;;;;;;;;;;;;;;;;;;;;;;;;;;;;;;;;;;;;;;;;;;;;;;;;;
오후 3 시경 최 목사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내용인즉, 마눌님의 “장례 예배 집행 시 필요한 내용들이니 수고스럽더라도 몇자 적어 보내달라”,고…..
마눌님이 평소 즐겨 부르던 찬송가들과,
잊혀지지 않는 애틋한 사연들을,….
난,”목사님 그걸 어떻게…지난 날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지는데,….”.......
그렇지만 목사님이 하라시는대로 내용을 만들었다. 그리고 가르쳐 주신 메일 주소로 보내 드렸다.
아래와 같이,……
1). 장순희 권사가 평생 즐겨 부르던 찬송가 (새 찬송가 번호);
l 442 장 -- 저 장미꽃 위의 이슬,…..
l 94 장 -- 주 예수 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l 412 장 --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데서,…
l 413 장 --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l 510 장 -- 하나님의 진리 등대,….
l 620 장 -- 여기에 모인 우리,……..(이 곡은 교구 찬양대를 지휘한 곡이기도 합니다.)
장순희 와 최항식,
둘 이는, 1974년 1월 구정을 하루 앞둔 1월22일, 당시 오류 장로교회 박 장로님의 주선으로 맞선을 보고, 같은 해 3월26일에 약혼, 그리고 엄요섭 목사님의 주례로 4월 27일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둘 이는 남편이 근무하던 울산 현대중공업의 자그마한 사택에서 신혼을 보냈답니다.
그 때부터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둘 이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동생고락을 함께 하고 있답니다.
장순희 그녀는,
1947년 3월 25일 평안북도에서 월남한 아버지 장충흠씨와 어머니 문순녀씨의 7남매 중 차녀로 이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숭의여고와 숭의 여대를 졸업하였으며. 당시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원로이셨던 전 중앙대 유아교육학과 이영보 교수(현 영락교회 담임 목사의 처 외조모)의 수제자로서 교수님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우리나라 유아교육에 전념하여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키워오고 갖춘 믿음은 중학생 시절, 한경직 목사님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고교를 졸업하자 마자 영락교회 유치 부 교사로 하나님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외모만큼이나 천성이 고운 장순희는 조금이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신세를 지는 일은 추호도 하지 않는 성품이었습니다.
비근한 예로, 친 자매가 맡겨놓은 냉장식품을 1년이 지나도 자기 것이 아니라고 건드리지도 않는 등,….어찌 보면 불 융통의 사람이기도 하였습니다.
결혼 후 객지-오직 남편만을 믿고 따라 간 울산에서는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외모와 차분한 성격,,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범하지 않은 주일 성수의 생활은 보는 이들이 부러움을 갖도록 하는 모범 신혼 댁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리나라 산업역군으로서 너무나 활동적인 남편의 뒷바라지와 자기의 전공도 접은 채 새장 같은 작은 아파트에서의 생활은 무척 힘든 시절이기도 하였습니다.
결혼 후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닥쳐온 불행 -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낙태와 식물인간으로의 8일간의 시간은 당시 객지의 어린 부부들의 삶에 커다란 상처와 함께 더욱 하나님을 향한 삶을 갖게도 하였습니다.
1983년 남편의 직장 이동으로 인천에 거주하게 되면서부터 장순희는,
천신 만고 끝에 얻은 딸의 양육과 함께 결혼 전부터 가져온 유아 교육의 꿈을 실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인천 주안 동에 범양 유치원과 피아노 학원 그리고 미술학원을 개원하고 인천 유아 교육의 한 면을 담당하는 한편 인천 지역 유치원 원장 모임의 Leader로서의 역할도 하곤 했습니다.
또 한편으론 Violin을 전공한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딸의 연주여행 - 미국, 대만, 일본 등, 해외 여행에 동행하며 ‘인천 청소년 교향 악단’을 위해 봉사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잘 보이지 않는 그녀의 추진력은 교회 생활의 헌신과 봉사에서 확연히 나타나곤 하였습니다.
인천 주안장로교회를 섬기던 때,
고등부 교사로서 학생들을 하나님의 품 안에 확실하게 안착시킴은 물론,
교사들의 뒷바라지를 위한 궂은 일은 거의 다 맡아 했습니다.
교회학교의 년 중 행사 등에는 언제나 ‘장순희 권사’의 손과 지혜가 필요하였고,
또 여전도회의 회계 장부는 아직까지도 회원들에게 각인되어 있는 꼼꼼함과 명확함이었습니다.
또 구역 장, 지역 장으로서의 헌신 봉사는,
일, 월, 화, 수, 목, 금, 토 – 일주일 내내 교회 일에 매달려 있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
“차라리 목회를 하든지 하지?”라는 남편의 비아냥을 들어야 하기까지 했었으니까,……
구역식구, 지역 식구들의 온갖 경조사의 일을 앞장서 처리하고 인도하곤 하였지요.
우리나라 교계의 원로이신 나겸일 목사께서도, 어느 날 부교역자들에게
“남편 집사와 함께 장순희 권사의 본을 보라.”고 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일대일 양육 훈련/ 제자 훈련/청지기 훈련 등 교회에서 실시한 영성 훈련도 거의 다 수료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바쁜 교회일과 유아 교육 중에도 한 가지 공부를 더 한다며,
1998년도에는, 방송통신대를 제 학기에 졸업한 학구열은 대단한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가능하였다고 생각됩니다.
발병을 알게 된 2011년 11월 중순, 남편의 결심에 동승하여 모든 것을 접고 알지도 못하던 지역, ‘파주’로 이사하여 투병생활을 하여 왔습니다.
현대의학의 첨단 분야를 전공한 의학 박사들의 세밀한 진단에서 ‘앞으로 길어야 3~4개월’이라던 생명의 연장은 하나님의 보살핌으로 3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숨을 쉬고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녀는 곧 하나님의 품으로 달려가려 하고 있습니다.
다 하지 못한 이생에서의 바람들, 구하지 못한 것들, 용서하지 못한 것들을 어찌하려고 하는지?....
지금은 느낌과 청각만 있고, 표현이 없는 상태의 병상에서
주의 종 목사님들과 많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기도와 사랑을 덧입고 있습니다.
지난 해 거의 다 나은 줄 알았던 병이 다시 도져 옴을 느낀 그녀-장순희는
남편 동창들이 계획 한 남편의 고교 졸업 50 주년 행사의 큰 모임에 다 참석하였습니다.
남편의 염려와 만류에도,……….
그녀는 “나로 인해 남편이 자기가 사랑하고 아끼는 동창들의 모임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아주 고집스런 신념이 있었습니다.
힘든 몸,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암세포의 공격 - 통증을 숨긴 채. …..…..,
이건 평생 남편에게 감격을 넘은 미안함을 남겨 주고 갈 것입니다.
7남매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시아버지께 올린 밥상은
“”야, 큰애의 손맛이 딱 당신과 같애”라고 시어머니께 하시던 시아버지의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음식 솜씨는 대단하였습니다. 일부러 장 순희의 음식 맛을 보러 오는 남편의 직장 동료들은 언제나 남편의 자랑거리이기도 하였으니까요,…
병상에 있는 지금, 집에 가득 채워 놓고 온 냉장고의 밑 반찬은 이제 딸과 남편이 자기 엄마와 아내를 생각하며 눈물과 함께 먹어야 하겠지요.
그 동안 그녀 장순희의 바람은, 1975년 첫 아이를 잃고 살아 났을 때 서원하였던 ‘주의 종’이 되어 주의 일을 하겠다던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자유분방한 직장 생활과 여러 가지 주어져 있던 삶의 테두리는 그 서원을 이루게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것 또한 답답한 미완성 삶의 하나 이겠지요.
이제 시한부 3~4개월에서, 인간이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뜻에 의해 30개월이 지나고,
현대의학이나, 한의학이나 대체의학도 더 이상은 어쩌지 못하고 예쁘고 착했던 장순희를 하늘나라로 보내야 합니다. 아니,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해야만 합니다.
한마디로 장순희는,
마음이 곧고, 착했습니다. 아름답고 예뻤던 자태 만큼,…….
옛 찬송가 499장 – 저 장미 꽃 위의 이슬,… 과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2,300여 석을 가득 메운 교회 식구들 앞에서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겸허하고 멋진 자태로 지휘하던
‘여기에 모인 우리…………’는 아직도 많은 교인들의 귀와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을 겁니다.
지금 자기 엄마 곁에서 계속 못 다 한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딸과 저는
몇 일이 아닌, 몇 시간이 남은 듯 한 엄마와 아내인
장순희의 병상 곁에서 찬송을 듣고 있습니다. ..CD로,….
‘………....어둔 밤에도 주의 밝은 빛 인도하여 주신다~~~~’하는,…….
그렇지요,…….주의 밝은 빛이 이 어두컴컴한 적막한 마음을,……….…
하늘나라로 옮겨 감은 기뻐하고 즐겨야 할 시간이라지만,
연약한 인간인 저의 마음은 비통과 고통의 현상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 저의 순희를 데려가시되 안락하고 좋은 곳으로요,….하실 수 있으면 빠른 시간 안에요,..…
그리고 딸 은이와 저에게 앞으로의 어떤 기쁨을 주시기 보다,
지금, 이 시간 만큼은,……….제발, 슬픔을 지워 주세요. 울지 않게 해 주세요. 하나님,….”
이것이 지금 이 시간 저의 기도입니다. 주여~~~!!!
길지 않은 사연,...이렇게 적어서 보내 드렸다.
내용이 어떨지?는 읽는 분께 맡기고,.....
================================================================================
지금, 이 시간에도 혈압은, 저혈압 53/30, 맥박, 95~100, 체내 산소량 100%....그냥,....유지하고 있다.
살갖은 계속 파이고 검해지고 있고,.....
그래서 또 기도한다, 제발 ,....제발,.......................................하면서,......
[나의 생전에 여호와를 찬양하며 나의 평생에 내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귀인들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지니
그의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그 날에 그의 생각이 소멸하리로다 .-시편 146:2~4]
'마눌님 병상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0423 - 당신,... 하늘나라에서 여기 잘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0) | 2014.05.03 |
---|---|
4/16 - 이제 마눌님 병상일기를 마친다. 그러나 새로운 삶속의 이야기는 계속 되어지겠지. (0) | 2014.04.16 |
4/9 -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있는 그 때에,... (0) | 2014.04.11 |
4/6~4/8 - 악순환의 고리가 이제 끊어지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0) | 2014.04.09 |
4/3~4/4 -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는 마눌님의 생명 연장선에서, 나는 지쳐 갈 법도 한 기도의 끈을 붙잡고 조용한 부르짖음을 (0) | 2014.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