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병상 일기

6/26 - 무척 고무적인 검사 결과

촹식 2012. 6. 27. 09:07

6/26 ;

 

무척 고무적인 날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자유로'를 질주하여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채혈을 하고, 주어진 스케쥴보다 빠르게 10시 정각에 의사와 만났다.

지난주일의 4 차 검사 결과와 앞으로의 진료 스케쥴을 듣기 위해서,..

 

의사의 말;

“잘 지내셨죠?!. 정말 놀라운 일인데요. 이런 경우는 무척 드문데. 아주 좋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있을까 말까 하는 일입니다.

정말 아주 좋습니다. 약이 아주 잘 듣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치료 하시고,..."

--무뚝뚝한 의사가 오늘은 상기된 표정으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마눌님의 말 ;

“그런데 저,..선생님, 수치로 보면 어떠한지?.

지금 간이 있는 옆구리가 예전엔 딱딱하고 약간 통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딱딱한 게 없어졌고, 통증도 하나 없습니다.

..............그리고 외부 내과에 가야하는데,.콜레스테롤 수치들을 알 수 없을까요?“

   (이건, 사전에 내가 마눌님에게 코치한 내용,

        - 왜냐면?--내가 의사와 이야기하다가는  무뚝뚝한 이 의사에게 큰 소리 칠 것 같아서 마눌님보고 이야기 하라고

          세 번 일러두었던 것,.ㅎㅎ)

 

의사 ;

“음,,,,지금 암 세포는 더 이상 진전된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뚜렷하게 아주 없어진 건 아니고요.

 이 정도만 가지고도 무척 놀라운 일입니다.

 혈액 검사 결과 기록은 드릴 테니까...찾아 가시고요.

치료는 계속 하도록 하시지요.

 

마눌님 ;

“그런데 치료를 일주일마다에서 좀 늘렸으면 하는데요.” (이 또한 나의 코치...ㅎㅎ)

 

의사 ;

“ 좀 괜찮다고 치료 멈추시면 안돼요.”

 

나 ;

“아니, 그게 아니고, 한 번 치료 받고 나면 일주일 만에 백혈구 수치가 회복이 안 되어

 다시 또 오고하여야 하니, 아예 치료 기간을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의사 ;

“그럼, 지금 부터는 열흘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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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들뜬 기분을 갖게 하는 진료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9 th Cycle 치료에 들어갔다,

몸무게는 지난 주 보다 1kg 정도 빠졌지만,......

그리고 투여 주사약 10가지 중, Gemzar라는 약의 투여량도 조절되었다.

  (나는 치료 받을 때 마다 주사약의 수치를 다 기록하고 있으니까.)

      

 검사 결과 수치에 의사가 놀라는 눈치가 역력하였다.

 진단초기에 자기가 예측했던 병의 진전이, 완전히 어긋나 아주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다만, 자기의 처방외에 우리 집에서 행하고 있는 정성어린 다른 처방에 대해선 일체 질문도 의구심도 없는 것 같다.

  아마, 자기의 처방만을 고집하는 의학 지식과 나름대로의 자부심 때문이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마눌님 병이 나아지기만 하면 되는거,......).

 

 어느 정도,.... 아니, 많이 지겨워진 항암 약물 주사를 17번째 맞고 집에 왔다.

 

후에,병원에서 받아온 혈액 검사에 대한 의무 기록을 세세히 check해 보았다.

엄청 좋아진 수치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감사하는 마음을, 들뜨고 흥분된 마음과 기분으로 승화(?) 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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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위의 내용을 처제들에게 핸폰 문자로 보냈다.

 [오늘 9차 1번째 항암 치료 중, 지난주까지의 검사결과 의사의 말은,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너무 좋다고,..

 암세포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잘 견디고,...아주 좋다고,

 계속 치료하자고,]

 

수신 답글;

1)

[감사하네요. 가족의 노력과 중보기도의 위력입니다.

신앙인인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물질의 힘이나 지식의 힘, 권력의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부활의 힘, 부활의 신앙으로 사는 것이라지요.

가난과 질병, 이 세상 어떤 고난도 우리를 잠시 힘들게 할 수는 있어도

우리를 결코 망하게 할 수는 없지요.

우리에게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는 부활의 능력, 믿음이 있기 때문에 든든하지요.

매일매일 승리합시다. 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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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꼭 잡아 주시고 인도해 주시는 주님으로 인하여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옆에서 애쓰는 형부와 은 도 감사....막내 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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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치료 후에 일어나는 구토증이 오늘도 일어났다. 하지만 그리 심하진 않았다. 다행이었다,,,

 

마눌님과 딸을 집에 모셔다(?)놓고 나는 금촌 시내- 내과엘 다녀 왔다.

열흘 전부터 발생한 위염증상이 아직 가라앉지 않아 진료와 약 처방 받으려고,..

그리고 오는 길에 강아지(개) 사료도 사고...

35번 째 생일을 맞는 날, 아픈  엄마 때문에, 자기의 감정을 숨기며 생활하고 있는 딸의 생일 cake도 하나 사고..

 

 저녁 늦게 cake에 촛불을 켜고, 조촐한 생일 파티를 해주었다.

(위가 아프다는 나를 위해 현미 죽을 만들어 준 나의 딸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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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찬송가' 가사가 생각났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

                  내가 믿고 또 의지함은 내 모든 형편 아시는 주님,

                  늘 보호해 주실 것을 나는 확실히 아네,............]

 

오늘도 아주 많이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정말 감사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