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 병상 일기

6/28 ~ 6/30 - ‘興盡悲來’ 요, ‘苦盡甘來’ 라...

촹식 2012. 7. 1. 19:32

6/28 ;

 

한동안 잘 키워 먹은 쑥갓들의 명(命)을 마감 시켰다.

4월 하순부터 2개월이 넘도록 많은 량을 우리 가족에게, 그리고 마눌님 녹즙으로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날씨가 너무 덥기도 하였지만, 쑥갓 나름대로의 사명(?)을 다 했는지?..뻣뻣해지기 시작하면서

꽃이 피고, 이젠 뜯어 먹을 것이 별로 없는 앙상한 줄기가 되어 가고 있기에 줄기와 뿌리를 뽑고 밭을 갈아엎었다.

장마 지난 후,,,아마 9월 하순 쯤?. 그곳에다 무를 재배 할까? 생각 중이다.

그때가 되면 아직 파랗게 남아 잎을 피우고 있는 상추도 명을 다 할 터이니까...

그리고 마눌님의 녹즙 양도 서서히 줄어 들터이니까. 나름대로 계획을 그려 본 날이다.

아직 마눌님의 호전된 증상에 대한 흥분과 감격이 가득 차 있는 시간이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 잠언 16:9 -]

                [盡人事待天命]

◆●◆●◆●◆●◆●◆●◆●◆●◆●◆●◆●◆●◆●◆●◆●◆●◆●◆●◆●◆●◆●◆●

 

6/29 ;

 

이 지역엔 오늘 밤부터 비가 온다지만, 그래도 아침엔 밭에 물 좀 뿌려 주었다. 너무 말라있는 것 같아서,.

그리고 마눌님과 뒷산으로 등산도 하고,.........

오후엔, '비 오면 혹시 떨어지거나 망가지지 않을까?' 해서, 마눌님과 함께, 열려있는 과실(토마토, 오이,..)과 야채를

큰 두 바구니 정도 가득 수확(?)했다,

아마 일주일치 먹거리는 될 것 같다.

 

오늘까지, 오이는 대략 30개 정도 수확했고,

토마토 2 종류는 아주 미미하지만, 매일 계속해서 3,4알씩은 따오고 있다.

고추 6 종류 중, 5 종류는 최소 몇 개씩은 이미 따서 먹었는데.....

그 중 ‘일반 고추’와 ‘엄지 아사기 고추’는 밥상에 떨어지지 않고 올라 올 수 있게 되었다.

....................................................

이제 비가 얼마나 올지는 몰라도, 작은 밭이지만 농작물에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

 

마눌님 상태는, 며칠 전, 의사의 놀라는 표정과 진단결과에 의해 무척 Up되어 싱글 벙글하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나는.......... 그렇다.....   ..나는 ,...그렇다,..

더 노력해야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겠지???

..........................................................................

드디어 저녁 무렵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잡초 억제용으로 밭고랑에 깔아 놓았던 비닐이며, 종이 Box를 걷어 밭 밖으로 끌어내었다.

나름대로의 판단은,.. ‘밭고랑도 물을 듬뿍 받아 들여라!’라는 나의 명석한(?) 판단과 결단이다. ㅎㅎㅎ

그리고 밭고랑 아래를 흙을 높여 막아 놓았다. 물이 고여 있으라고,...

옆집 할머니 왈, ‘그래요, 그렇게 하면 좋겠네요.’ ..그런다.

자기네 밭의 고랑에 놓아 둔 것들은 그냥 이지만, 나의 설명을 듣고는 초짜 농꾼의 지혜(?)에 약간 감탄하는 것 같다,..

                                                                 (거럼,.거럼,..내가 누군데...ㅎㅎ)

 

  

오이넝쿨                                    단호박                                      애호박

  

가지                                          가지                                       고추

  

엄지 아삭기 고추                          청양 고추                               방울 토마토

  

방울 토마토                               토마토                                      서리태(콩)

 

옥수수                                         진한 색의 꽃과 비트(뒤)

 

[마음의 즐거움은 얼굴을 빛나게 하여도 마음의 근심은 심령을 상하게 하느니라. - 잠언 15;13 -]

◆●◆●◆●◆●◆●◆●◆●◆●◆●◆●◆●◆●◆●◆●◆●◆●◆●◆●◆●◆●◆●◆●

 

6/30 ;

 

온다던 비가 드디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어제 저녁에는 그냥 내리더니 새벽부터는 완전히 쏟아지고 있다.

이 표현이 맞겠지. 막 퍼부어 대니까.

지금 이시간은 가뭄 해갈이 아니고 비 피해가 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ㅊㅊ,..어제 오전까진 ‘제발 비 좀 와라!’ 였는데...ㅎㅎ

밤새 휘몰아치는 비바람 덕에 설친 잠에서 일어난 시간이 5시,

어슴푸레한 아침빛을 받으며 궁시렁 거리다 앞 뜰-밭으로 나갔다.

지지난주에 종로5가에서 사온 우비를 입고,.... 나가보니 아직까지 농작물의 피해는 없다.

다만 고추 두 그루가 반쯤 쓰러진 게 보인다.

옆을 보니 가지 몇 그루도 옆으로 누우려고 하고,.

급히 안채 뜰 안으로 들어와 묶을 끈을 갖고서 쓰러지려는 고추와 가지 그루 몇 개를 지주목에 묶어주었다.

그리고 밭고랑을 정리하고, ..

그러다 옆을 보니 얼마 커지지도 않은 옥수수가 비바람에 못 이겨 60~70° 각도로 비스듬히 쓰러져 있다.

얼른 안채에서 삽과 지주목과 노끈을 가져다, 묶을 건 묶고, 고랑의 흙을 파서 옥수수 아래를 감싸며 두툼하게 덮고 바로 세워 주었다.

앞 집, 또 저 건너편 쪽의 밭을 보니, 기다랗게 올라 있는 옥수수들은 거의 다가 뿌리를 조금씩 들어내며,.... 옆으로 누우려는 듯..

‘피사의 사탑’ (Tower at Pisa = Learning Tower of Pisa = Torre Pendente)모양이다.ㅎㅎ

우리 밭은 퍽이나 다행이다. 나의 매일 매일의 돌봄이 어느 정도 먹힌 것 같다.

아직 잠자리에 들어있는 두 여인은 모르고 있고, 나는 늙어가고 계신 몸 혼자 외로이(?), 그리고 부산히 밭과 안뜰을 드나들며

‘도구를 들고 나고’, ‘밭을 도닥이고,’,...를 한 시간이 넘게 하고 나니,

온 몸이 땀, 그리고 아직 조반을 먹으려면 멀었지만 위의 염증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시장기가 확 몰려온다....ㅎㅎㅎ

                                                (위는 아파도 대식가의 배고픔은,....ㅎㅎ 그렇다..)

밭의 점검을 끝내고,....

안채 뒷곁과 옆의 배수로도 점검하고,,,(너무 오래 된 집이다 보니 조심스럽다.),,,

안채 뜰 안에는 주루루룩 내리는 비로 온통 젖어있다.

혹시.. 창고는?....괜찮다.

뒤뜰로 갔다.

강아지들이 난생 처음 보는 비를 보고 약간은 어리둥절하며,.. 적응하는 모습도 보인다.

두 달 전, 거금(?)을 들여 길이 7m, 폭 2.5m짜리 개방형 창고를 지은 탓에 강아지들의 안식처로선 최상이다.

                   (아마, 파주, 문산 쪽에선 우리 집 강아지만큼 호강하고 자유로운 놈들은 없으리라,...주인 잘 만나서,..ㅎ.)

1 시간 30분여의 작업을 마쳤다.

;;;;;;;;;;;;;;;;;;;;;;;;;;;;;;;;;;;;;;;;;;;;;;;;;;;;;;;;;;;;;;;;;;;;;;;;

오후, 비가 개이고, 하늘이 맑아지고 있다.

먹구름, 비바람이 가시고 나니, 맑은 하늘과 더 상쾌한 공기를 가질 수 있는,..... 삶의 한 모습을 느끼게 하는 기분 좋은 오후다.

 

‘흥진비래(興盡悲來)’ 요, ‘고진감래(苦盡甘來)’ 라...

--좋은 것이 다하면 슬픔이 오고,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그래서 언제나 겸손한 마음과 행동으로 順理에 따라야 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 잠언 16:18- ]

[겸손은 존귀의 길잡이니라. - 잠언 15:33 -]

 

주어진 삶의 旅征 중,.. 농사꾼 모습을 흉내 내어보며 처음 맞는,...

하나님 주신 세계의 한 면을 보며,

또 다른 느낌을 가져 본 날이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나 겸손히 엎드려 경배하며 영원히 주를 찬양하리라..-----.

 

..... 좋은 세상을 그려보며 찬송가의 한 구절을 읊조려 본다.

 

      오늘 하루를, ...

      6월의 마지막 날을, ...

      그리고,

      2012년의 반을 지나보내는 시간이다.

      엄청나게 많이 감사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