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대한조선공사 설계부는, 조선소 본관 3층에 있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서
중앙에 도면 보관실과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으론, 기본설계계,선각설계계,선실설계계가 있고,
왼쪽엔, 전장설계계와 기관설계계가 있었습니다.
2층엔, 왼쪽으로 사장실과 회의실이 있었고,
오른쪽으론, 자료실과 도서실이 있었지요.
점심시간이 지난 후 저는 곧바로 2층 도서실에 갔습니다.
과제로 주어져 있는 Hull Structure의 ABS-Rule을 검토하기 위해서였지요.
ABS란, American Breau of Shipping의 약자로, 미국선급협회의 이니셜이지요.
선박건조는 각 나라의 선급협회 규정에 의해 설계되고, 건조되며, 보험의 기준을 갖게 된답니다.
그 당시 조선공사에서 건조 예정인 선박은 2만 톤급 정유 운반선이었는데, 곧 시공할 단계까지 가 있었고ㅡ
또 곧 바로 3만 톤급 정유운반선의 건조계획이 추진중에 있었지요.
그 두 종류의 선박이 모두 ABS-Rule을 기준으로 건조하여야 하기 때문에 저는 그 Rule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 였습니다.
2층 도서실에 내려간 저는 열심히 책을 뒤적이고, 또 메모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를 하였지요.
그러다, 한~ 두 시간 쯤 지나, 책을 덮고, 3층 제 자리로 갔습니다.
설계실 문을 열고 제 책상으로 가고 있는데,
담당 - 선각설계 계장인 송 계장께서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어이, 최 기사, 어디갔었어?....한참 동안 말도 없이...."하면서 크게 꾸짖는 것이었습니다.
그 큰소리에 제가 속한 선각설계계 직원 기사들이 다 보게 되었고요.
별 생각없이 들어오다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잠시 당황했었지요.
아무런 말 없이 2시간이나 자리를 이탈했으니,,,,,, 야단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다른 데 간 것도 아니고, 회사를 위하여, 또 주어진 업무를 위하여,
다른데도 아닌 도서실에 갔다온 것을 '너무 야단 친다'는 생각을 하면서,
"2층 도서실에 갔다 왔는데요."
"여봐, 어딜 가면 간다고 일러두고 가야할 거 아니야.
앞으론, 근무시간 중 문밖을 나갈 땐 반드시 이야기하고 허락 받고 나가. 알았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부어버린 얼굴로 "예, 알았어요." 하곤 제 자리로 갔지요.
..................................................................................
그리곤 채 1분도 되지않아, 다시 계장 앞으로 갔습니다.
"계장님!"
"뭐야"
"저,...밖에 좀 나가려는데요."
계장은 잠깐 째려보더니,.............."어딜..?"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대단한 악동끼가 발동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 화장실이요."
.............................
요절복통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가까이 있던 직원들이 '어, 저 친구 왜 저래?'하는 친구와.
또 한 편으론' 저 친구 이제 큰일 났네"하고 생각하는 다른 직원들이 있었지요.
"야. 너 지금 누굴 놀리냐?"하며 큰 소리로 눈을 부라린 계장에게,
저는
"문밖을 나가려면 허락 받으라면요........화장실이 문 밖인데,....."
여러 직원들-기사들은 배꼽을 잡고, 계장은 한참 눈을 부라리고 있는데,
저는 재촉을 ............."갔다 와도 돼요? 디게 마려운데....." 하였지요.
여유입니까? 악동입니까? 아니면 유모어를 아는 재치입니까?....
그런 일이 있은 후, 더욱 높아진 위상은,......(?)
조금 높은 분들 께선,"저 친구하고 놀지마!" 였는데,.....
실제론, 서울대, 부산대, 인하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친구가 되어 버린 위상(?)이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 계장님 지금 어디계신지????? 그 때 죄송했습니다. 정말,,,
악의는 아니었고, 나름대로 할려고 했거든요, 열심히.......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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