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의 일기 주인공이 하늘나라로,...
지난 4월 KBS -1,2 의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 나오던 ‘제시의 일기’-- 눈 여겨 보시지 않은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 만,......그 때 KBS 화면에선 약 열흘 남짓 흑백의‘제시의 일기’의 겉표지가 짧막 짤막하게 나오곤 하였지요. 그 내용은 ‘제시의 일기'라는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었고, 독립 투쟁의 한 면이 소개 되어 있는 내용을 나타낸 것이었고, 그러한 역사가 있어 우리 대한민국이 존립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주인공 - ‘제시’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을 나온 당시의 천재 소녀-최선화(후일 이화 여대 교수)와 동양인 최초로 MIT 공대를 나온 양우조와의 사이의 첫째 딸이지요.
‘제시’의 아버지 양우조는 MIT를 졸업한 후 상해 임시 정부에서 아주 많은 일을 한 분이었습니다. 상해 임시 정부에서 대외-해외 각지로 나가는 문서는 전부 양우조의 손을 거쳤고, 또 김 구 선생의 측근으로서 임시정부의 재무차관을 맡기도 하였지요.
제시의 어머니인 최선화는 뛰어난 미모와 우수한 학구적인 실력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신랑감을 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의 부친이신 최문택 할아버지가 직접 최선화의 손을 잡고 중국으로 건너가 수소문 끝에 조그마한 음식점에서 양우조를 만나 선을 보게 되었는데. 선을 보는 근처에 일본 순경 놈들이 보이자 갑자기 다락으로 뛰어 숨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본 순경 놈들이 떠난 후 다시 내려와 맞선을 보았답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최문택 할아버지는 ‘이런 애국 젊은이라면,..’ 자기의 딸을 맡김에 조금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자기 딸을 양우조의 손에 맡기고 조선 땅으로 귀국 하였답니다.
최문택 할아버지 - 그는 한국인 최초로 동경제대를 졸업한 당시 최고의 석학이셨습니다. 비록 일제 치하였지만 ‘공부는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현재의 서울 농대의 전신인 수원 농업 전문대학을 나와 국비로 동경제대에 유학한 당시의 최고 수재 였지요. 동경제대에서 수업 당시에도 일본 천황이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는 상패를 받기도 하였고, 졸업 후에는 약관 28세의 나이에 ‘동경제대를 졸업한 우수 인재’라는 명목으로 대구 지방의 군수 자리를 지명 받았으나, ‘공부를 하기 위하여 일본이 주는 학비로 동경제대에서 공부는 하였으나, 일본 놈들의 녹을 먹을 수는 없다. 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여야 겠다’는 일념으로 평양 광성고보와 서울 중앙고보에서 많은 우수한 인재를 길러 낸- 지금으로 말하면 고교 선생으로서의 길을 갔지요.
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최선화 - 그녀가 중국에서 만난 양우조와의 결혼 생활은 바로 독립운동사의 한 면을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김 구 선생을 보필하며 상해 임시 정부의 대외 문서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양우조와 그의 업적을 내조하게 된 최선화는 틈틈이 일기를 써두었고, 그 일기로 인해,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의 역사적인 사실들이 발견되기도 하였지요. 정부의 기록에도 없던 상해 임시 정부 입주한 날 등은 바로 그들 부부가 써놓은 ‘제시의 일기’에서나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천안 독립 기념관 6호관에 가면 ‘양우조/최선화’부부 만이 갖고 있던 독립 운동사의 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들 부부는 독립운동가로서 정부의 훈, 포장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양우조는 오래 전 1964년경에, 최선화는 지난 2004년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들에게는 김구 선생이 자주 안아 주고 얼러주던 ‘제시’와 ‘제경’ 두 딸이 있습니다.
{아기의 이름은‘제시’라고 지었다. 집안의 돌림자가 ‘제’인데 ‘제시’라는 이름이 생각났다. 영어 이름이다. 조국을 떠나 중국에서 태어난 아기 그 아기가 자랐을 때는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제몫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시의 일기’의 한 내용입니다.
이 제시의 일기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귀한 기록이 그냥 묻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제시의 딸 -김현주가 외할머니 최선화가 준 자료와 외할머니의 기억을 정리하여 1998년에 ‘제시의 일기’라는 - 독립 운동가 부부의 8년간의 일기를 아주 귀하게 엮어 출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독립 운동사의 귀한 증거들이 들어 있기도 한 ‘제시의 일기’- 그 속의 주인공 ‘제시’가, 어제 - 2010년 9월10일 저녁 6시30분경 - 그의 부모님과 여러 독립투사들이 계신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평생을 티 없이 곱고 맑게 살아 온 ‘제시!’ 10여년이 넘는 투병 생활 중에서도 얼굴에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지내던 ‘제시!’ 이제 힘겨웠던 날들을 다 내려놓고 편안한 안식의 나라로 갔습니다.
지난 4월 중환자실에서 보았던 마지막 모습,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도 외숙모와 나를 걱정하던 ‘제시’-이제 부모님들 세대가 거의 끝난 시점, 아직도 한참 할 일이 있을 터인데,......먼저 하늘나라로 가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닌데,....... 이마저도 2세의 선두 주자인 양 사랑하던 형제와 친지와 가족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연들을 뒤로 한 채, 먼저 가셨네요. 하늘나라에서 다시 김 구 선생님께 안아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께도,...
일기 속에 기록되어 있는 그의 부친의 예언과 같은 바람으로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우리의 몫을 감당하게 된 지금', ‘제시’는 우리의 몫을 다 하는 대한민국 독립운동가의 2세의 선구자의 모습을 한 채 떠나 가셨네요.
남은 사람들, 훌륭하게 자란 두 자녀, - 원우와 현주, 평생의 반려자인 김인철 박사(전, 강남성모병원원장/카톨릭 대학교 부총장 역임), 동생 ‘제경’, ...나와 같은 사촌 형제 자매들,.. 그리고 광복회의 훌륭하신 어른들, --모두 뒤에 남겨둔 채..........
“누나! 잘 가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지내세요. 하나님께서 누나를 보살펴 주실 꺼 예요.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누나의 모습은 잊혀 질 수 없는 지난날들의 기억과 함께 가슴 속에 남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야 겠네요. 누나 !!! ~~~~~~잘 가요.“ 2010년 9월 11일 동생 - 항식.
(사진 뒷줄 맨 왼쪽이 제시, 그 앞이 제경(제니) 입니다. 가운데는 전 연대 총장-김병수 박사의 아내이며 사촌인 미자 누나, 앞줄의 가운데가 저 입니다. 앞줄 양쪽은 제 동생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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